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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관계’ 의료협동조합이 그 역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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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승인 2017.11.17  15: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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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언론협동조합과 순천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순천의료생협)은 순천을 건강한 마을,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키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업무협약에 따라 순천의료생협과 순천생협병원의 활동을 순천광장신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매월 한 차례 순천의료생협 소식을 전합니다.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관계’ 의료협동조합이 그 역할할 것


내가 살린 환자

   
▲ 박인근
    순천생협병원장

23년 전의 일이다. 외과의사로 가장 뜨겁게 일하던 30대 후반이었다. 20대 남자가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왔다. 

정맥주사로 수액을 쏟아 부어도 혈압이 잡히지 않고 혼수상태였다. 심박동만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복부가 팽만되어 주사기로 뽑아보니 피가 나왔다. 간과 비장 같은 복강 내 장기손상에 의한 혈복강이다.

응급 개복수술이 필요해 마취과에 연락했더니 대학병원으로 보내자고 했다. 그러나 경험상 환자 이송 중에 황금시간은 지나가고, 대학병원에 도착해서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환자는 목숨을 잃을 게 뻔했다.

마취과장 의견을 무시하고, 그냥 수술실로 환자를 밀고 들어갔다. 개복해보니 뱃속은 피로 가득 차 있고, 간은 파열되어 있었다. 간 파열에 대한 처치를 하자 혈압은 최저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간 손상부위에서 나오는 출혈은 막을 수 없었다. 출혈부를 압박 처치한 후 복부 절개창을 임시로 닫고 1차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48시간만에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고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2차 개복수술을 통해 간 손상부를 안정화시켰다. 몇 주 후 환자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1년 쯤 지나 아이들과 함께 소풍간 곳에서 참한 아가씨와 함께 놀러 온 그 청년을 만났다.

나를 살려준 환자
외과의사로서 자신감이 한창이던 40대 초반, 항문관 치루로 고생하던 한 가장을 수술했다. 늘 하던 대로 별 탈 없이 수술을 끝냈다. 그러나 수술 후 회복이 평탄치 않았다. 항생제 주사에도 고열과 함께 골반 염증이 악화되어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대학병원에선 골반강 내 염증이 심하다고 보고 영구적인 인공항문 조성술을 했다. 

심한 자책감과 함께 환자 가족과의 갈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딱 죽고 싶은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환자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 병문안을 갔다. 환자의 아내와 가족들의 무거운 질책이 섞인 분위기에서 환자께 사죄했다.

환자는 아내와 가족들을 가까이 부르더니 느리지만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이 의사선생님께선 나를 고쳐주려고 애쓰셨다. 절대로 이 분을 원망해서도 안 되고, 앞으로 이 분께 어떤 해코지도 해선 안 된다”고.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의사로 일하고 있다.

시민이 만들고 살려내는 의료협동조합
2012년 순천의료생협이 창립했다. 2015년 생협의원을 개원했고, 2016년 생협요양병원을 열었다. 우리 아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해 함께 시작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좋은 병원도 많은데, 의료협동조합이 꼭 필요할까에 대한 생각은 늘 따라다녔다.

다행히 진료사업을 시작한 후 조합원과 환자들에게 “뭔가 다르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2015년부터 ‘장애인 주치의사업’을 시작하며 의료협동조합의 또 다른 가치를 확인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사회와의 관계에서 숱한 좌절과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시골 곳곳의 장애인 가정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원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을 이겨내거나 견뎌낼 때 외롭지 않을 ‘관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료협동조합이 그 ‘외롭지 않은 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의료협동조합이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하지만, 운영과정에 어려움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경영미숙으로 인한 시행착오, 조합원과 직원들 간의 인간적인 갈등, 의료협동조합에 대한 일부의 질시와 음해. 이는 조합 활동가들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그 많은 어려움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협동조합 특유의 집단적인 지혜와 힘 때문이었다. 우리 의료협동조합이 지역사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과 조합원의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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