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환 조합원은 12일 동안 일본에 있는 에즈원 커뮤니티를 맛보고 왔다. 맛보고 와서 인상깊었던 것을 중심으로 3회에 나눠서 연재했다.‘안심하는 사회’,‘돈에 지배되지 않는 사회’에 이어 ‘개인이 살아 있는 공동체’에 대해 싣는다.
 <편집자 주>

 

에즈원 커뮤니티를 다녀와서 순천에서 공동체를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여럿이었지만, “가까이 살면 더 싸울 것 같아”,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라는 반응이 자주 나온다. 이런 반응은 우리가 그동안 같이 살아서 행복했던 기억보다 불행했던 기억이 더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모여 살면 개인의 자유가 구속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
에즈원 커뮤니티 사람들은 대화 도중에 ‘히토리 히토리(ひとり ひとり-각자 각자)’, ‘지분(自分-스스로)’ 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 커뮤니티가 ‘사람을 위한 사회’, ‘사람을 위한 회사’를 목표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체나 집단을 위해서 개인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 공동체에서는 전체 회의가 없다.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팀별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도시락 가게에 탐방단이 방문하는 일정을 정할 때, 탐방단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도시락 가게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곳 사정이 가능한지 물어본다. 도시락 가게에서 가능한 일정에 맞추어서 탐방단 스텝은 탐방 계획을 짠다.

이런 풍토는 이들 공동체가 운영하는 회사에도 퍼져 있다. 에즈원 커뮤니티에서는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개인이 하고 싶은 만큼 한다’는 것이 기본 풍토이다. 기본적으로 노동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하고, 개인이 하고 싶을 때 한다.

물론 회사의 필요에 따라 개인에게 노동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도 “오늘 작업량이 많은데, 같이 해 줄 수 있을까?” 정도의 느낌이다. 도시락 가게가 너무 잘 되어서 분점을 2개 내었다가도, 그 분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 하고 싶다고 해서 다시 본점 하나만 운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
이런 기본 문화는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같은 방문객을 대할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래 우리 가족은 공동체에서 제공하는 공식적인 탐방프로그램에 끼어서 공동체 안내를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딸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으려고 해서 아내는 공동체 안내를 받지 못했다. 공동체 사람들은 아내가 공동체 안내를 받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아내 한 사람을 위해서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시간을 내어 ‘아내만을 위한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었다. 이 공동체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한사람을 위한 탐방단

에즈원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이 일을 나는 하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묻는 듯하다. 자기에게 묻는 이 질문의 방점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에 찍혀 있는 게 아니라 ‘나의 공동체가 너무 좋으니 나의 공동체를 위해서 그냥 하고 싶어진다’에 있는 것 같았다. 공동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느낌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저절로 공동체를 위한 일이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