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의 당신
- 박영발 비트에서

 

불이 당신을 타오르게 하고
바람이 당신의 이목구비를 기억하게 한다
이 숲 속에 서 있는 모든 나무들은
당신이 육필로 새긴 메모들일지니
 
쓰러진 나무들이라도 염해서
한 짐 지게로 옮겨와 아궁이에 던지면
그 불길 속에 비로소
당신의 얼굴 어른거리니
 
우리는 만나서 서로 살 맞대어야만
불타오르거니
이승에서 따로 섰던 나무들이
저승의 초입에서 서로 만나
한 몸으로 타올라
반야의 종소리로 울려퍼지는 것이거니
 
타닥타닥 나뭇가지들 타는 소리에
저 반야의 봉우리 뒤 어두운 동굴에
누운 그대가
뒷산 근처까지 어슬렁 내려와
나를 부르네
화염으로 월월 불타는 심장 하나가
나를 부르네

▲ 송태웅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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