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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희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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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승인 2017.11.16  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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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의회 3층 복도에는 작업복을 입은 20여 명의 노동자들과 양복을 입은 10여 명의 공무원들이 모여 있어 북적거린다. 노동자들은 함께 오기로 한 동료들이 모두 왔는지 확인하느라, 공무원들은 조례 내용과 관련된 ‘과’ 직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느라 옹기종기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3년, 당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는 관급공사를 할 때 체불임금을 방지한다는 조례가 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체불임금을 방지하자는 내용만 있었지 체불임금을 구체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어서 유명무실한 조례였다. 건설노동자들은 업체를 찾아다니고 하소연해도 체불임금과 건설기계 임대료를 받아내지 못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례가 빈번했다.

건설노동자를 위한 진짜 조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례에는 관급공사를 할 때 지역 건설 노동자들 우선 고용, 지역 건설기계 우선 임대, 체불임금이 1회 이상 있을 때 순천시는 건설업자에게 줄 공사대금의 일부를 떼어 노동자 임금과 건설기계임대료로 직접 지급, 불법하도급 금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점검, 부실공사 신고센터 설치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건설노동자와 건설기계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환영받을 조례였지만 건설업을 하는 분들은 이 조례로 사업에 타격을 받을 거라는 생각으로 지레 겁이 났는지 공청회를 준비하는데 애를 먹었다.
 

   
 

“의원님, 조례가 없어도 우리가 양심적으로 잘 하고 있으니 집행부에 믿고 맡겨 주십시오.”
“의원님, 지역 경제가 살려면 우리 입장도 살펴봐야 하지 않습니까?”
“꼭 그렇게 노동자들만 생각할 겁니까? 우리도 순천시민입니다. 다음 선거 때 봅시다.”
“공청회에 참석하셔서 의견을 말씀하십시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같이 결정합시다.”

공청회에는 건설업을 하는 분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조례를 존중한다.’는 의견을 전해 왔고 관련 집행부서와 노동자들만 참석했다. 공청회를 하는 동안 체불임금과 체불임대료 직접 지급은 가장 민감한 내용이었다.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긴 토론과 근거 자료 제시, 팽팽한 대결로 입장 정리를 못하고 공청회를 3번이나 진행했다. ‘노동자들의 기본 생활보호’에 모두 동의하여 직접 지급을 결정했고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장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조례 제정이 지방자치법 제66조에 근거한 의원의 고유 권한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조례 내용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린 대결이 있기도 하다. 자기주장만 하고 주먹다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입장이 다르다고 편을 가르고 상처를 주고 흠집을 잡고 물어지는 것이 아닌 대결이라면 멋진 대결이다. ‘멋진 대결은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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