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요즘엔 이상하게 짜증이 많이 나요. 오늘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엄마가 책상이 그렇게 너저분해서 되겠느냐, 그리고 머리가 그게 뭐냐 학생이면 학생답게 하고 다녀야지 등등 보통 때 늘 하시던 말씀을 하시는데도 왜 그렇게 듣기가 싫었는지…숟가락을 팽개치고 학교로 와버렸어요.

그리고 친구가 매점에 가자고 했는데 “내가 뭐 심심풀이 땅콩이냐, 나는 매점 가고 싶지 않으니 너나 가라”고 툭 쏘아붙였어요. 사실 그 친구는 나랑 늘 같이 매점에 가던 친구였는데 오늘은 왠지 그렇게 가기가 싫더라고요.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아 신경이 예민해진 탓일까요?

얼마 전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이 정도 성적으로는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은 어림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엇을 하고 있어도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TV를 보고 있어도 왠지 초조하고 불안하고 집중이 되질 않아요.


이러면 어떨까요

시험 때문에 심란한 상황이어서 어머니의 말씀이나 친구의 작은 부탁도 무척 부담되었네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고 나서는 속으로 후회도 되었나 보네요.

먼저 시험을 앞두고 어느 정도 불안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지요. 어느 정도의 불안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강도가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시험을 보는 시간에 집중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방해되기도 합니다.

혹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험결과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리 공부해도 난 안될 거야”라거나 “만일 시험에 떨어진다면 내 인생은 끝장이야.”, “이렇게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을 보면 난 시험을 못 볼 것이 분명해” 등등. 우리의 감정과 행동은 이런 생각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만일 시험에서 내가 본 시험점수 중에 가장 낮은 점수가 나올 것이고 그래서 원서를 넣을 수 있는 대학도 없을 것이고 친구들은 다 나보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부모님은 나를 창피한 존재로 생각하는 등 시험 결과에 대해 안 좋은 결과를 상상해 본다면 우리 몸은 어떤 반응을 할까요? 손에서는 아마 땀이 날지도 모릅니다. 어깨는 팽팽하게 긴장이 돼서 아프고, 허리도 통증이 느껴지고, 머리는 빙빙 도는 것 같고 혀는 바짝바짝 탈지도 모릅니다.

상상도 하기 싫다고요? 그렇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하는 이런 극단적인 상상이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는 집중해서 공부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만일 무의식중에라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런 생각은 긴장과 불안을 가져와 공부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각을 이기는 방법은 그런 생각을 그저 누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종이를 가져다 놓고 내가 가장 걱정되는 상황을 적어보십시오. 그리고 그 생각과 얼굴을 맞대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하지 말고 그냥 그 생각이 주는 느낌과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들을 그대로 경험하십시오.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싸우는 것이 오히려 그 생각들을 이기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잠시 후 공부를 하다 또 불안한 생각이 들면 내가 정한 시간까지 일단 미루어 두고 “그때 그 생각을 하도록 하자”라고 속으로 다짐을 해둡니다. 다만 그 시간 간격이 처음부터 너무 길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으로는 수시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긴장된 상태에서는 신경이 더 날카로워지고 어떤 일이든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길게 숨을 들이쉬고 여러 번에 나누어 숨을 내뱉으면서 어깨, 팔, 다리, 허리 등의 긴장을 풀어주십시오. 몸의 긴장이 풀어지면 마음속의 긴장도 조금 풀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보다 구체적으로 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을 숨기고 속으로 삭이는 것보다는 가까운 몇몇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긴장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친근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해가 쌓이게 되면 스트레스를 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반면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면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힘든 상황일수록 속으로 숨기거나 내색하지 않고 지나가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쎄요. 다들 힘든데 나만 힘든 것 같이 이야기하기가 쑥스럽다고요? 이런 정도로 표현하면 어떨까요? “다들 겪는 고3병을 나도 앓는 것 같아요. 공연히 불안하고 초조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힘들고 어두운 터널과 같은 시기를 현명한 대처방법으로 잘 통과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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