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달나무농장 대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동아시아 3국 순방을 끝내고 돌아갔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일이다. 이번 순방은 미국의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 관련국들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관심 집중시킨 아시아 순방
중국은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서 트럼프를 황제처럼 예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택의 미군사기지까지 달려가 그를 영접했으며, 일본 총리는 골프광인 그를 만나자마자 골프장으로 안내하는 등 한중일 3국은 미국 대통령을 극진히 환대했다. 각국이 처한 국내 정세와 대외적인 전략적 목표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공통의 과제 또한 안고 있었다.

우선 일본의 극우 보수 정권인 아베 정부는 기존의 평화 헌법을 포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지향하려는 입장에서 트럼프의 방문을 미일 동맹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마침 미국 영토인 괌을 향해 발사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두고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은 군사력에 기대는 안보 정책을 강화하고자 미국의 최첨단 군사무기를 대량 구매하기로 약속하고 있다. 이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힘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무역 적자를 해소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십분 부합하는 일이었다. 일본의 일부 진보 단체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이는 미·일간 전쟁동맹을 강화하는 일이며 제2차 한국전쟁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미중의 대북 입장차 여전
한편 트럼프의 중국 방문은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가 폐막한 이후 첫 국빈 방문이었다. 중국은 공산당 전대를 통해 확보한 시진핑 주석의 입지를 강화하고 자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쟁점화를 막고자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중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진입 제한을 완화하는 조처를 서둘러 발표하게 된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본 입장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 중국은 북-미간 협상을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속하고 강화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양국간에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순방 주체인 트럼프 정권의 입장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속에 빠져 있는데다 내년에 있을 중간 선거를 의식해서 정치·경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트럼프의 이번 동아시아 나들이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경제적 성과를 확보하는 문제에 가장 큰 중점이 두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한국에서 무역 적자 문제의 해결을 거론하면서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미국은 소기의 목적을 십분 달성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트럼프는 북핵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를 강조하면서 모두가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군사적인 옵션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남북간에 전쟁 위험을 가중시키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또 청와대 만찬에 초청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함으로써 한일간의 쟁점 사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국의 첨단 정찰기 도입을 포함해 대규모 군사 무기 구매를 약속하고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함으로써 군사적 우위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힘의 우위로 긴장을 해결할 수 없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긴장은 군사적인 힘의 우위를 통해 해결할 수 없다. 북한은 이미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어 있고 생존을 위해 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간의 대화를 통해 지역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긴장 해소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 아닐까? 한국은 중국 봉쇄를 목적으로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한미일 동맹체제 속에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