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에도 주민들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

41회 ‘청백 봉사상’ 수상자 이태식 
 

순천시 ‘공원녹지사업소’에 근무하는 이태식 공원관리 담당관(58)이 11월 3일 안전행정부와 중앙일보가 주최한 41회 청백봉사상 본상을 수상했다. 30년 간 순천시의 공복으로 일하며 도시시설 건설과 유지에 젊음을 바친 그의 공무원 인생과 수상소감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제1호 기적의 놀이터에서 이태식 담당관을 만났다.

“30년 봉직한 후 이 상을 받으니 부끄러운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 퇴직 후에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그의 수상 소감은 다소 의외였다. 희열이 앞섰을 법도 한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청백 봉사상은 작지 않은 상이다. 1977년부터 행정자치부와 중앙일보가 주관해온 상이다. 최근에는 JTBC가 후원하고 있다. 민관이 합동해 주는 상이고 언론사가 주관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이 받는 최고의 영예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수상자는 상금을 받고 특진 자격도 얻는다.

“대통령상, 장관상 보다 더 귀한 상을 받았다.”는 그는 “혼자만의 수상이 아니라 시장과 선후배의 도움으로 받은 것”이라며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놀이터를 어린이에게 돌려주자
그가 상을 받은 것은 개념을 바꾼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가 어린이 놀이터를 포함한 공원관리를 담당하는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것은 2015년 초. 기존의 놀이터가 탄성포장과 플라스틱 놀이기구, 체육시설 등으로 구성돼 어린이 보다 어른이 많은 현실을 보고 이 주무관은 새로운 놀이터를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놀이터를 빼앗기고 집에 가서 컴퓨터 게임에 매달려 있었어요. 아이가 있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주무관은 새로운 놀이터의 기획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이 ‘기적의 놀이터 엉뚱발뚱’이다. 마침 민간의 제안서가 있었다. “2014년에 아동작가 편해문 씨가 제안해 놓았던 것을 채택했습니다. 이미 서울이나 성남시에 제안했다가 퇴짜 맞은 것이었어요.”

놀이터는 인근의 어린이와 그 부모들과의 긴밀한 의견교환을 통해 기획되고 완성됐다. 율산초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새로운 놀이터는 2016년 5월2일 완성됐다. 완공일에도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어린이 날에 맞춰 아이들에게 돌려준다는 뜻을 담아 날짜를 정했습니다.” 새로운 놀이터는 좋은 반응에 힘입어 1년 뒤 2호 놀이터가 완성됐고, 올해 12월에는 3호 놀이터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 담당관에게는 초등학생 늦둥이가 있다. 그가 아이들의 시각에서 놀이터를 개선할 수 있었던 것도 막내 때문은 아니었을까?


도시 곳곳에 추억 남기고 곧 정년퇴직
이 담당관은 1년 반 쯤 뒤에는 정든 시청을 떠나야 한다. 정년퇴직이다. 다른 모든 ‘월급쟁이’들과 마찬가지로 퇴임 후를 생각 하면 막막하다. 연금은 받지만, 아직 아들 3형제를 교육하고 결혼시켜야 한다. “학교 동창들이 올해부터 퇴직하기 시작했는데 보고 있으면 착잡하더군요.”

그는 1987년에 시청 공무원이 됐다. 그 후 순천시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지난 30년 간 순천 도심이 변천하는 것을 보아왔다. “원도심만 있을 때 시작했죠. 그 후로 연향동 신도시가 생겼고, 신대지구도 건설됐죠.”

그 중요한 모든 순간에 자신의 작은 힘을 보태 왔다. 지금도 도시 곳곳을 지날 때면
‘그 시절’이 생각난다. 순천IC에서 순천만에 이르는 간선도로를 지날 때 특히 그렇다.
“당시 최고의 자재들을 썼어요.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요즘은 더 좋은 자재와 공법이 나왔죠. 그것들로 보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그는 떠날 것이다. 또 다른 봉사의 기회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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