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제5회 대한민국지방자치박람회가 ‘주민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10월 26일부터 4일간 여수에서 열렸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정핵심과제로 건 문재인정부답게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서 연 박람회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지방분권실현을 위한 '자치분권 여수선언'이 채택되었고 '지방자치로드맵'이 발표되었다. 내년 개헌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다’라는 조항을 넣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겠다는 계획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선언되었다.

지방분권 하면 과거 노무현대통령의 '며느리론'이 떠오른다. "며느리에게 밥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밥을 잘 하느니 못 하느니 하면 안 된다." 지방자치제 역사가 짧아 미흡한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권한을 다 쥐고 있으면 지방자치발전은 그만큼 더뎌진다는 것이다.

분권의 핵심은 재정, 그래서 문재인정부는 현재 8:2의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늘리고 새로운 지방세원도 발굴할 계획이다.

물론 지방세도 늘려야겠지만 더불어 국세의 여러 한계와 불합리한 모순도 함께 개선해야한다. ‘지특’이니 ‘광특’이니 하는 국가예산이 어찌나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운영되는지 예산지원 효과보다도 소모적인 갈등이나 낭비가 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보육비 등 사회복지보조금은 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가.

이왕 지방분권체계를 만들면서 지방자치정신에 부합하도록 각 지방의 특성에 맞는 특별법을 통해 국세와 지방세 조정을 현실적으로 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마침 지방분권 여수선언을 한 마당이니 여수지역의 사례를 한 예로 들어보겠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 ‘중저준위방폐장유치지역 지원특별법’ ‘휴전선접경지역지원특별법’ ‘주한미군공여구역지원특별법’처럼 다른 지역에는 없는 그 지역만의 특성이나 어려움을 감안해 특별히 지원을 해주는 특별법들이 있다.

우리 지역 여수, 광양도 매우 ‘특별’한 지역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화학산업단지 여수국가산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여수산단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동양최대의 화학강국으로 성장했고 국가경제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의 희생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터지는 폭발, 가스누출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주민들까지 죽고 다쳤다. 산단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으로 토양과 바다가 죽어 1996년에 KIST용역 결과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판명돼 고향을 버리고 이주를 해야 했다. 돈 자랑 말라하던 수산도시로서의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런 지역의 희생을 딛고 여수산단은 연간 10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산단이라는 이유로 국세를 6조원을 거둬가면서 여수시에 내는 지방세는 고작 800억 원, 그나마 도로 전기보수 등 산단 뒤치다꺼리로 고스란히 되들어가고 만다.

여수뿐만이 아니라 화학산단이 있는 울산, 구미, 시흥, 서산, 익산 등 국가산단이 있는 지역은 대개 사정이 비슷하다. 이런 지역에는 ‘국가산단주변지역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지원함으로써 기계적인 균형이 아니라 지방자치정신에 맞는 지방맞춤형 분권정책을 통해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적 수준의 분권으로 지방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이 이뤄진 이곳 여수에서 여수국가산단의 명과 암을 고르게 나누는 실질적인 분권 한 가닥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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