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계절은 어떻게 구분할까

▲ 형근혜
더드림실버타운 대표

산들이 알록달록 옷들을 갈아입는 계절이다. 곧 붉게 타던 나뭇잎이 떨어지고 흰 눈 내리는 겨울이 올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사람살이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0세 시대인 요즘, 연령으로만 본다면 25세까지를 봄, 50세 까지는 여름, 75세까지는 가을, 그 이후는 겨울로 보면 되겠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건강과 열정을 기준으로 본다면 연령으로 인생의 계절을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나의 인생이 여름인지, 가을인지를 말할 수 있을까?

겨울에 봄 타는 노인들
어린이집교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실버타운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까지 사회복지 분야에서만 20년 정도를 살아오면서 인생의 봄날인 아이들과 인생의 겨울날인 노인들이 너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인지적으로 문제가 없는 노인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더욱 지혜로우시지만 치매가 시작되었다면 더 이상 어르신으로서 지혜를 기대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들은 배고프고 잠 오고 기저귀가 젖어있으면 운다. 오로지 본능에 집중되어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대신 울음으로서 욕구를 표현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도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이성과 감성이 점차 본능으로 대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엄마가 그럴 분이 아니신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아침 금방 먹고도 밥 안준다고 악을 쓰시고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견디기가 점점 힘이 들어요.”

보호자들의 말씀은 늘 한결같다. 그런 어머니를 참고 견디며 상처받고 상처주면서, 함께 무너지기도 한다. 이제 이런 일은 남 얘기가 아니다. 곧 내부모의 일이고 머지않아 나의 일인 것이다.

치매 앓으시던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8월에 치매를 앓고 계시던 시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4년 전 쯤, 시아버지는 이불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으셨다. 씻으려고도 하지 않고 밥도 누워서 먹고 소대변도 누워서 보셨다. 시어머니가 일으켜 씻기려고 하자 밥상을 엎고 물건을 마구 던져서 위험한 상황이 되자 시아버지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시설로 오셨다. 어머니는 얼마나 수발이 힘드셨던지 “죽으믄 델꼬와. 땅에 꼭꼭 파묻고 와. 그전에는 절대 데꼬오지 말어.”

하며 떠나는 아버님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처음 시설에 오실 때는 사람도 잘 못 알아보시고 기저귀를 채워놔도 다 찢어버렸다. 공격적인 성향도 강해서 목욕한번 시켜 드리기도 쉽지 않았다. 뇌기능 개선제를 복용하시면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버님은 점점 좋아지셨다. 아버님 생신 때 아들들과 같이 오신 어머니를 보고  “아주머니는 누구시오?”하시던 아버님이 어머니도 알아보시고 점점 인지기능이 좋아지셨으며 방에만 누워계시려던 분이 스스로 카트를 밀며 운동을 하실 만큼 건강해 지셨다. 그리고 올해 무더운 8월 어느날, 저녁식사를 잘 하시고 자리에 누우셨는데 잠을 주무시듯 편하게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혼자 사신다면 치매의 습격에 대비하라
치매는 한번 시작되면 완치될 수 없지만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은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몇 년전 4인가구수보다 1인가구수가 더 많아졌고 텔레비전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혼자 사는게 편하기는 하지만 치매에 걸리기 가장 좋은 환경이 바로 혼자 사는 것이다. 텔레비전만 보며 말없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뇌가 쉬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치매가 찾아오기가 쉬운 것이다. 시아버님은 어머니와 대화가 없이 사셨고 시골에 사시면서도 두문불출하며 사람을 안 만나시면서 치매가 급속도록 진행되었지만 시설로 오셔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매우 정상적인 상태로 좋아지셨다. 지금 혼자 생활하고 있다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기를 권한다. 부모님이 혼자 계신다면 치매의 습격에 대비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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