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준 소설가

문재인 정부 6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 시점에 이르러 국내의 정책 현안 이행과 특히 세계정세 속의 경제외교 분야의 대응 면모에 대해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안이 점차 늘고 있다. 북핵과 관련해 트럼프에 끌려다니는 듯한 대통령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외교안보 분야 책임자 교체와 특사 파견 등 5개항의 제안은 문재인 정부의 현 상태에 대한 나름의 진단과 조언이기도 하다.

강력한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국내외 현안에 대한 언급과 행보에는 정책 실현의 가시화와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강제적 무게가 실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현 언급이랄지, 인천공항 비정규직과의 만남 행보는 그래서 신선하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무거운 짐을 공론화위원회로 결정을 넘겨 결국 공약 불이행의 불똥을 피하는 모습에서 양가적 일면을 보았으며, 북핵 위기가 절박하다는 상황 논리를 내세워 경찰력을 동원한 사드배치는 현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 지점에서 진보 진영의 제 부문과 부분이 아직까지는 드러내놓고 성토하지는 않으나 농업 분야에서 만큼은 정부의 공약 실행 의지나 진일보한 농업정책 도입에 대해 기대감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의 발언을 숨기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지난 8월 22일 국회에서 있었던 ‘농민 기본권 보장과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헌법 개정 범농업계 운동본부 제안’은 문재인 정부에서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보다 더 민주적이고 진보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헌법에 농업과 농민에 대한 확장된 인식과 권리 보장이 명시화된 농민헌법으로 개정해내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내재된 의식의 선언과 행동에 다름 아니다. 농촌의 단위농협 앞에 내걸려 있는 ‘문재인 정부는 벼 수매가 환수를 중단하라’는 알림천은 한쪽 귀퉁이가 찢겨진 채 외면당하고 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직사포를 맞고 의식 불명인 채 병상에 누워 있던 고 백남기 농민의 투혼으로 더욱 촉발되어 탄핵의 불씨를 널리 지핀 이른바 ‘촛불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이지 않은가.

그런 정부에 대해 농민들이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고무적이고 단편적으로는 올해 쌀값이 약간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기대의 실마리를 놓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일 터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6개월째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농수축산업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과 행보 부재는 분통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국가 정책의 시급성과 완급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하다못해 수확기에 접어든 벼를 거두는 농가에서 콤바인을 운전하는 대통령의 모습 연출마저 없다. 

지난 대선에서도 확인한 바지만, 농촌에 와서 표 구걸하는 대통령 후보가 거의 사라졌다. 당선의 변수가 되지 않는 표밭이기 때문이다. 농촌인구가 전체 인구의 10% 이하로 떨어진 게 1997년으로, 9.7%였다.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여 현재는 약 4.5%인 257만 명(2016년 통계) 수준으로 줄었다. 2026년에는 199만여 명으로 줄어 3.8%의 비율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촌에 와서 표 달라는 의지를 내보이고 싶지 않을 심중일 게다. 다시 말해, 30년 만에 개정될 헌법에 농업과 농민에 대한 인식 제고와 권리 보장에 대한 명문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게 현재의 농촌이고 농민이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산업발전의 모형 중 저임금 정책의 지속화를 위해, 생산 회사에서 고무신 가격을 매기는 데도 쌀값만큼은 정부가 정하는 양곡관리법을 포괄하는 저농산물가격정책을 정부가 주도하여 실시한 건 주지하는 바다. 농산물 가격에 대해 시장의 자기 조정이라는 시장경쟁화의 미명 하에 가격 형성을 시장에 떠넘긴 변형된 저농산물가격정책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격 통제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부는 부족한 농산물의 수입을 통해 시장 가격을 조정해버리는 행태로 시장경쟁화마저 스스로 저버리는 논리 모순 정책을 여전히 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삿됨 없이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으며 국가경제 발전의 동력을 감당해온 농민들에게 존경심까지 갖기를 갈구하지 않는다. 다만, 공약으로 내세웠던 농업(수산업, 축산업, 삼림업을 통칭하는 1차산업의 대명사로서의 농업) 정책을 올곧게 실현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도 하라는 것이다. 농민에 대한 예우를 문재인 정부는 내보이지 않고 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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