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 곡 참 좋아요”
“그거 무슨 곡이예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야. 내가 바흐 추종자잖아”

‘메뚜기도 한 철이다’라는 말이 있다. 음악가들은 가을에 분주해진다. 지금도 연주 다녀온 후 원고 마감일이 지나 미안한 마음 팍팍. 도착하자마자 의자를 끌어당기고 재촉하는 커서를 바라보고 있다. 앞의 대화내용은 얼마 전, 연주를 갔을 때 리허설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 무심히 바흐 무반주 모음곡을 연주하고 있을 때 피아노 선생님과 나눈 말이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연주
바흐를 연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연주를 앞두고 과도한 긴장감을 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으며 수학적이고 논리적이다. 무엇보다 바흐의 음악에는 철학적이고 느린 호흡의 악장을 연주하거나 듣다보면 우주를 보듯이 심오한 광대무변함이 있다. ‘바흐 음악이 좋아요. 첼로소리 참 좋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 진심으로 기쁘고 오지다. 그러나 드물게나마 듣는 소리긴 하지만 ‘연주 잘 하네요’라는 말을 들을 땐 왠지 부끄럽고 어디라도 숨고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뽐내고 싶은 교만이 음악에 얼마나 덕지덕지 묻어있었는지, 창피할 뿐이다. 이젠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지려고 한다. 나의 아침은 늘 엄숙한 의식처럼 바흐와 함께 할 것이다.

“바흐는 아침기도”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80평생 나는 매일 똑같은 과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피아노에 다가앉아 바흐의 푸가(1)와 전주곡(2)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것은 일종의 아침기도와 같은 것이었다”
 

(1) 화성음악이 중앙집권적인 음악이라면 푸가는 대위법이라는 작곡 장치에 의해 지방자치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성부(聲部)가 하나의 멜로디에 종속되지 않고 각 성부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면서도 화음을 이루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따로 그리고 함께’ 쯤 될 것이다.

(2) 말 그대로 전주곡이란 기악곡에서 여러 개의 모음곡 중에서 가장 앞에 연주되는 곡을 말한다.

추천 유튜브 검색어: 바흐 푸가의 기법. 위에서 두 번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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