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는 여전히 농촌지역이 도시지역 보다 압도적으로 넓다. 도시문제와 함께 농촌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호부터 외서면에서 17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계수 조합원이 농촌의 일상을 전하는 칼럼을 싣는다. <편집자 주>


편리함 때문에 사용 늘어난 비닐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대부분 농사의 부산물인 폐비닐이다. 농사에서 비닐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두둑 멀칭이다. 20여 년 전에는 고추밭 두둑 정도에만 비닐을 덮었지만 요새는 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밭작물을 재배하는 데 비닐로 두둑을 덮는다. 비닐 멀칭은 제초 효과 외에도 수분 증발을 막고 지온을 높여주기 때문에 뿌리의 활동이 왕성해져서 작물의 생육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 노인들 중에는 비닐에 거름 성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축산에서도 비닐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바로 소가 먹을 볏짚과 풀을 갈무리하고 보관하는 일이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볏짚을 커다란 덩어리로 말아 겉을 비닐로 겹겹이 감싼다. 이렇게 하면 비가 스며들지 않고 변질되지 않아 축산 농가에서 보면 매우 편리하다. 이 볏짚 덩어리 하나를 감싸는 데에는 폭이 1미터 쯤 되는 랩용 비닐이 100미터 정도 들어간다. 소를 키우는 규모에 따라 한 집에서 적게는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씩을 마련하다보니 거기에서 나오는 비닐 쓰레기 또한 엄청난 양이 된다.

이밖에도 퇴비 포장재로 쓰인 비닐 포대 쓰레기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축산이 기업화되면서 농가에서 거름을 자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요즘에는 퇴비공장에서 제조한 상업용 퇴비 시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밖에 농약 병을 포함한 플라스틱 용기들도 있다. 반면에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로 만들거나 가축에게 주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 시내의 아파트단지에서는 클린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시에서 많은 지원을 해서 분리수거가 꽤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 관리사무소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고, 시에서는 실적이 우수한 단지를 선정해서 포상도 함으로써 도시 지역의 분리수거는 웬만큼 정착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 쓰레기 소각하는 아궁이(위)와 쌓아놓은 폐비닐(아래.왼쪽), 쓰기기 소각장(아래. 오른쪽)

수거 잘 안되고 무분별하게 폐기
그러나 농촌 지역에서는 석유화합물이 주원료인 폐 농자재들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있다.  몇몇 관변단체들이 1년에 두세 차례 마을 이장들을 통해 폐비닐을 수거하고 있지만 이는 농촌에서 발생하는 전체 쓰레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수거되지 못한 폐 농자재는 농경지 주변에 방치되어 토양 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고, 하천으로 흘러들어 상수원을 오염시키게 된다. 실제로 하천 바닥이나 주변에는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 천지다. 퇴비포대와 생활쓰레기들은 온돌방 아궁이나 장작보일러에서 또는 마당 한 켠이나 마을 주변에서 무단으로  소각된다. 이때 나오는 유독성 가스는 지역의 대기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주민의 건강을 직접 해칠 수 있고, 아궁이에서 태울 때 유독가스가 방바닥 틈으로 스며들어 사고가 나기도 한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우선 노인이 대다수인 농민들이 쓰레기를 태우거나 버리는 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비닐을 수거하는 면사무소까지 무거운 폐비닐을 운반할 능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농삿일도 힘든데 대가도 없는 일을 하고 싶은 농민은 없다). 또 쓰레기를 마을 입구나 도로변 정류장까지 내다 놓아야 하는 것도 노인들에게는 꽤 부담스럽다. 더구나 태워버릴 수도 있는 물건을 돈을 주고 종량제 봉투를 사서 버린다는 것이 노인들 인식으로는 애당초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농부의 각성과 지자체 지원이 절실
농촌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함부로 버리는 일은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볼 때 매우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농사용 폐자재는 분명히 산업폐기물이다. 따라서 이를 처리하는 데에도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게 마땅하다. 이는 농민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만 생태계를 보전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정부는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일선 행정기관에 이 일을 전담할 공무원이 배치함은 물론 주민들에 대한 교육 및 수거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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