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전국적으로 촛불 1주년 기념집회가 있었다. 순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집회현장에 나온 시민의 수는 1년 전에 비하면 적었다. 시민들의 바램도 적어진 것일까?

같은 날 순천 작가회의는 문화예술회관에서 시낭송회를 열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여수에서 여순사건 유적지 답사도 했다. 이 행사는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문학축제의 사전행사였다. 본행사는 11월1일부터 4일간 광주에서 열린다. 세계적 거장들이 모여 지난 몇 세기 동안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고통 받았던 기억과 상흔에 대한 문학적 치유를 모색한다. 70년이 다 돼가는 아픈 기억을 더듬은 것도 그래서다.

촛불 1주년이 되는 때에 중앙정부를 향한 희망과 원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 와중에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탈핵, 통일, 안보 등 현안을 놓고 곳곳에서 촛불의 힘으로 선출된 정부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늘의 정치 환경이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믿는 시민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촛불은 특정한 어느 집단의 것이 아니다. 직업정치인도, 누구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또 어떤 정파나 이익집단도 유일한 주인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해서 소유하거나 무언가를 얻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촛불이 스스로를 희생해 빛을 내주는 것을 보라. 희생을 거부하는 초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촛불의 주인공이었지만, 지켜볼 뿐 나타나지 않은 시민들은 이런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6일 우리 이웃 여수에서 지방분권개헌을 선언했다. 지방분권 강화는 시대의 흐름이 되는 분위기다. 내년에는 지방선거도 있다. 과연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또 지방정치인들은 스스로를 태워 빛을 낼 준비가 돼 있는가? 촛불들이 지켜보고 있다.

촛불 1주년을 맞아 실은 ‘촛불집회의 추억’ 기고에서 사람들은 촛불을 승리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몸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얻은 것을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자기들이 가꾸어 놓은 민주주의의 꽃밭에서 더 예쁜 꽃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꼴불견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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