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산업 분야 외국인 파견 노동자 고용 실태

프랑스 농산업 분야 외국인 파견 노동자 고용 실태
사회안전망 밖 그늘진 인권
 

2011년 7월 7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한 과수원,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과일 수확을 하던 에콰도르인 노동자가 탈수로 쓰러졌다. 몇십 분 후 인력중개회사 담당자가 그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하지만, 그는 나흘 후 세상을 떠난다. 외국인 노동자의 이름은 이반, 나이는 서른 세 살이었다. 병원에서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프랑스 내 외국인 파견 노동자의 노동인권 실태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반을 고용한 회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소재한 인력중개회사로, 남미 외국인 노동자 프랑스 파견 사업을 10년 이상 진행해왔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이 회사를 통해 프랑스로 파견된 외국인 노동자는 약 오천 명으로 추정된다. 한편, 프랑스 민주노동조합의 농산업 전문위원인 장-이브 콩스탕탱 씨에 따르면 대표적인 농업지역 중 하나인 부슈드론 지방농산업 노동력의 20%를 동 중개회사가 공급했다.

프랑스 고용주들은 스페인 중개회사를 통해 외국인들을 임시단기고용하면서도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계약을 맺는지는 모른다. 그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은 단지 체력 좋고, 불평 없이 장시간 일 할 수 있는 값싸고 실효성이 높은 노동력일 뿐, 이들이 불평등한 근로조건 아래에서 일하고,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비위생적인 숙소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은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 르 몽드 2015년 4월 15일자 기사)

2011년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실태가 드러난 후 프랑스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반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부터였다. 그리고 2017년 6월, 노동부 산하 근로감독청과 지방 불법고용조사팀 등이 합동으로 프랑스 남부 14개 농장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불법 파견 고용 형태를 잡아냈다.

근로감독청에 의하면 동 지역에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거나, 정식계약 없이 고용된 외국인 파견노동자들이 200명에 다다랐다. 이들 중 월 근로시간이 290시간에까지 이르고, 휴일 없이 여러 달을 연속해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랑스 당국은 현행법에 따라 불법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프랑스 고용주들에게 벌금 최대 1억 3천만 원과 징역 10년 형을 구형할 수 있다고 밝혔다.(참고 프랑스 남부 오시타니 경시청 발표 자료)

프랑스 내에서 농산업 분야 외국인 파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근로 환경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은 매우 저조하다. 2011년 이반의 사망에 대한 법원의 공식 조사가 시작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농산업 분야 외국인 불법 파견 고용을 근절하기 위한 대대적 수사가 이루어 지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법원과 노동부의 소극적인 대처는 이들을 단지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로 취급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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