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에서 관옥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사자와 어린 사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자에게 쫒기던 사슴이 위기가 지나가면 다시 그 자리에서 풀을 뜯는다”고. ‘기막힌 일’이라며 사람은 다르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사람들은 지난날을 기억하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머리를 쓰라고 충고한다.

올해 10월19일은 1948년 여순사건이 있은 날로부터 69년째가 되는 날이다. 그 일주일 뒤인 10월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기 심복의 총탄에 맞아 죽은 날이다. 광장신문 169호에는 이 두 사건과 관련한 기사들을 실었다. 지난날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두 글에서 필자들은 모두 이 비극적인 사건들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 사람은 모색 중이고, 또 한 필자는 절실하게 해석의 전환을 요구한다.

가치에 대한 논쟁에서 결론을 얻기란 어렵다. 그에 비하면 사실을 인식하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다. 10월19일이나 10월26일이나 모두 비극의 날이었다는 것. 국가의 폭력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10월19일은 4.3 제주사건과, 10월26일은 부마항쟁과 관련이 있다. 두 비극은 각각 이 두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문의 말미에 실린 두 편의 시론에서는 필자들이 몇 달째 ‘말 폭탄’을 주고받는 북미갈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말 폭탄의 뒤에 핵폭탄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물론이고 세계가 두려워할 지경이다. 누가 먼저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지를 두고 무시무시한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분명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쟁은 죽음이라는 것 말이다.

순천대의 한 교수가 과거를 망각한 막말로 직을 잃고 파면 당했다. 당사자나 순천시민에게나 참담한 일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반응을 모아 실었다. 지난날을 기억하자. 그리하여 미래를 예측하자. 그런데, 생존해야 예측할 미래가 있을 것이다. 머리를 쓰자.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