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행정학 박사

문명이 발전하는 단계인 선사시대부터 우리와 함께 해온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옷’이다.

옷의 기능은 보호적 기능과 표현적 기능으로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

온도의 변화에 따라 두꺼운 옷이냐, 얇은 옷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단순하게는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표현적 기능이 더 강화된 면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우선이다.

표현적 기능은 동서고금을 털어 직업, 사회적 역할, 신분, 개인차, 예의범절 등에 관련하여 다양하다. 예를 들어 대형할인매장에서 근무자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 통일된 옷을 입는데, 만약 쇼핑객들과 같이 평상복을 입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쇼핑객들은 혹 모르는 것이 있어 문의를 하려고 해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등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경유지인 결혼식에 평상복을 입고 예식을 치루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국가와 민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복은 바뀌지만, 당시의 기준에 맞춰 두 사람의 결혼이 성립되었음을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의 복장을 생각해보자. 너풀거리는 옷을 입고 탈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타이트한 자전거 전용 복장을 한다. 자전거 바퀴나 체인에 옷이 걸린다면 얼마 가지도 못하고 넘어지는 것이 당연하기에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에스키모들이 입는 두꺼운 털옷을 입는다면 어떨까? 꼭 못 입을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종종 대형할인매장이나 지하철역에 설치되어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옷자락이 끼었거나 운동화 끈이 끼어 다쳤다는 뉴스가 나온다. 피해자는 대부분 어린이들로 부모들이 어린이들이 좋아한다고 너풀거리거나 끌리는 옷을 입혀서 발생하는 사고이다. 그런 옷은 다른 옷에 비해 사고의 위험이 크다. 세상에 누구라도 멋지게 옷을 입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옷차림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어르신들의 말씀 중에 ‘겨울 멋쟁이는 얼어 죽고, 여름 멋쟁이는 더워 죽는다’라는 것이 있다.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에게 성인들의 옷을 입힐 수 있을까? 그렇게 하는 독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속옷을 거친 섬유로 만들어 입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것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은 옷의 부차적인 기능인 표현적 기능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즉, 운동을 할 때는 너풀거리는 옷보다는 몸에 달라붙는 기능성 옷을 입어야 하고, 일을 할 때는 상황에 맞는 제복 또는 간편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옷의 기능에 대하여 소방공무원을 예로 들어보자. 평소 근무를 할 때는 근무복 또는 활동복을 입는다. 그렇지만 현장활동을 할 때는 보호복을 착용한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제복으로 소방공무원임을 표현하고, 현장활동에서는 보호기능을 강조한 보호복을 착용하는 것이다. 현장활동시에 입는 보호복은 외부 열기에 대한 보통 이상의 보호적 기능을 강조한 옷이다. 방염성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두껍고, 내피와 외피로 되어 있으며, 무겁다.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현장활동하는 소방공무원들이 뛰지못하고 걷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여도 이해를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우리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가 옷이다. 옷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아무리 다른 표현적 기능을 추구하고 싶더라도 위험한 상황이 예견될 때는 기능에 따르는 옷을 입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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