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저는 요즘 딸애의 지나친 깔끔함 때문에 많이 힘이 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밖에 나갔다 와서는 물론이고 시시때때로 자기가 알아서 잘 씻고 자기 방 청소며 정리며 제가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알아서 해왔습니다. 이제까지는 그냥 애가 좀 유별나게 깨끗하다고만 생각해 왔었는데, 갈수록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 방을 조금이라도 손을 댔다 싶으면 그날은 난리가 나고, 손을 하루에 몇 번이나 씻는지 저로서는 셀 수가 없고, 옷을 두 번 입는 법이 없습니다. 애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니까 온 집안 식구들이 맞춰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학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걱정도 되고, 친구들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제가 어떻게 가르쳐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제 딸의 결벽증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러면 어떨까요

딸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깨끗하고, 단정하고, 알아서 정리 정돈을 잘해서 좀 별나지만 어머니가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는 자기 일을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하셨네요. 하지만 지나치게 손을 자주 씻고 옷을 갈아입고, 완벽하게 정리정돈을 하는 등의 행동이 갈수록 심해지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군요. 아이의 행동이 결벽증처럼 느껴지고, 어머니가 그런 행동으로 인해 점점 더 힘들어지시네요. 이런 지나친 깔끔함과 예민함이 학교생활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주어야 될지 혼란스러운 마음까지 드시는군요.

무슨 일이든지 소홀히 않고 꼼꼼하게 일을 하고, 깔끔한 청결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보다 멋있어지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이의 깔끔함과 꼼꼼함 등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님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잘 알아서 해 왔을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칭찬도 받고 그러는 가운데 아이의 행동이 차츰 강화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별로 문제되지 않고 좋은지, 아니면 불편하거나 힘들지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지 등을 먼저 대화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아이의 결벽증적인 행동의 배후에는 불안이나 긴장감이 있습니다. 그러한 불안이나 긴장감을 푸는 것에 먼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지금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라는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의 그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그래도 받아들이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덜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경쓰는 것 이면에 숨어있는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아이에게 솔직한 엄마의 마음 '네가 항상 깔끔하고, 스스로 자기 일을 하는 것 같아 좋구나.'등으로 표현을 하고, 아이가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주고 용기를 주면 스스로가 변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고, 아이가 화를 내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무슨 일이든지 꼼꼼하고 완벽하게 하려는 아이는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지나치게 자신을 틀 속에 가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행동범위를 좁혀 친구와 마음껏 놀았던 경험이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취미를 살리는 활동으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의 장소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래도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놀이나 운동을 할 기회를 자꾸 만들어 주십시오. 그와 같은 체험을 하는 가운데 친구와 접하는 즐거움을 알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관계가 깊어지면 학교에서도 자신의 행동에 특별히 신경 쓰는 일 없이 안정된 상태로 지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태도가 신경질적이고, 작은 일까지 간섭하거나 과잉기대를 하면 아이는 나름대로 맞추려고 과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불결에 신경 쓰느라 괴로워하는 아동을 생각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의 지나친 간섭이나 과보호, 또 과잉 기대 등을 삼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님께서 아이 성격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그것을 모든 기회를 통해 개발시키도록 궁리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자신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부드럽고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신다면 아이는 차츰 변화될 것입니다. 딸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고, 현명하게 아이의 행동을 다루어 가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빠른 변화는 오래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인내심을 갖고 해오셨던 것처럼 아이의 사소한 변화들을 칭찬해 주시면서 기다리신다면 아이는 바뀔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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