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에 라이딩을 즐겼어.
볼과 코끝에 스치는 행복한 저항.
회전운동이 직진으로 바뀌는 혁명의 질주.

달리다 보면 소박하게 낚시하는 사람들 보여.
추석 전날 고향집 방죽에서 낚싯대를 그물처럼 촘촘히 드리운 휴먼들과 비교돼.
인간이란 게 참 게걸스럽더군.
저 쬐끔한 방죽에 먼 괴기들이 있다고 군사작전 하듯 학익진 텐트에다
야광 찌 발광이라니.
게다가 추석이면 달도 차고 기울듯 부모형제 찾아 모일 텐데
아기 물고기 엄마아빠 물고기 생이별 시킬 일 있나.

향림사 담장아래 피어있는 꽃무릇은 절정.
저 정열적인 붉은색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지.
·····,
어쩌면 미완성이 완성일지 몰라.

향림정에서 물을 채우는 걸 잊지 않았어.
참 고마운 물.
오늘도 내 기갈에 기꺼이 한 모금 되어줄.

나무들은 분주히 잎을 떨어뜨리고.
나에게도 떨어뜨리는 습관 하나 있으니.
사진은 아프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같은 것.
나에게 푸른 잎이 되어 키웠을 지난 기억들.
아낌없이 버려줘야지.
進退를 아는 건 최소한의 禮일지 몰라.
아름다움은 단호한 결단이고 미련이 없어야 할지도 몰라.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감동이 있는...
음악과 자연은 많이 닮았어.

조비길을 지나 버스마저 다닐 수 없는 좁다란 임도.
심호흡 한 번 그리고 안장에 훌쩍.
벌떡 일어선 듯한 길이 호락호락 하지 않아.
호~
흡.
호~
흡.
 
힘내라, 비앙키1)!!!
큰 애 생각하며 페달을 부실 듯 밟았어.
아프지 마라, 오른발 왼발.
아프지 마라, 오른발 왼발.
생각하니 울 아부지도 그랬을까.
한 삽 한 삽, 닳아진 삽날 밀어 넣을 때
불거지는 핏줄들 석양에 물드는 땀방울.

멈출 것 같은 곳은 지그재그 갈지자.
직진만이 길은 아닐 거야.
그리고 힘들면 비워야지.
갈지자 오줌세례에 부르르 몸서리.

순례자가 덜고 또 덜어내듯 궁극적 길은 비워낸 후 밀려드는 충만감일 터.
나의 길은 오선 위를 걷는 자유로운 광대가 될 것이다.
모두를 사랑했던 트리스탄처럼 그렇게.…

1) 비앙키(BIANCHI)-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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