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그냥 오지 않고 전쟁은 도둑처럼 찾아온다

▲ 신근홍
순천여고 국어교사

북미대결이 국제정세의 최첨단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북은 태평양에서 폭죽놀이하듯 미사일을 시험하고 있고 미국은 연일 최첨단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세계 최강의 대국이라는 미국이 고작 동방의 작은 나라에 위협과 경제제재나 가하면서 체면이 서지 않는 국면이다. 어쨌든 북이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그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미국은 왜 체면을 다 던져버리고 극단적으로 맞서려 하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1990년대 초중반부터 시작된 북미대결이 지금 그 막바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의 핵무력은 미국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대폭 높이고 있다. 끓는 물을 그냥 두면 넘치게 되어 있다. 전쟁과 평화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미대결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이럴 때일수록 사태를 단순화하면서 그 근본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1945년 8월 해방과 거의 동시에 미국은 당시 소련의 동의하에 38선을 막아버렸다. 이 한 수가 조국분단, 6.25, 지금의 북미대결을 모조리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남한 땅에 자신의 군대를 주둔시키며 한미동맹으로 자물쇠를 채우며 이 땅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동아시아에서의 미국패권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북중러를 겨냥한 적대적 관계는 미국의 무기판매, 달러의 기축통화 유지 등 미 패권의 결정적 역할을 한다. 주한미군 철수는 태평양패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세계패권의 붕괴이다. 어쩌면 미국은 전쟁보다 적대적 공생을 원하고 있을 줄도 모른다. 북한이 내미는 ‘평화’는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패다. 더구나 군산업체와의 관련 등 미국 내부의 문제도 안고 있다. 북미협상은 그만큼 고난도 방정식이다.

지금은 전략대결국면이며 대전환기 국면이라 할 수 있다.
북미대결이 터질 듯 넘칠 듯 그 한계선에서 넘실대고 있다.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외교전략의 예술적 극치를 북미양국이 보여주고 있다. 터질 듯 넘치면 전쟁이요, 넘칠 듯 그치면 평화다. 제재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의미 없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트위터로는 북의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 판을 키우면 그만큼 책임도 커진다. 오바마의 실패한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의 ‘최대의 압박 최대의 관여’는 동의이어(同意異語)일 따름이다. 트럼프의 분노가 화염처럼 솟을지라도 조선의 핵문제는 트럼프가 해결해야 할 숙명적 과제이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G20 정상회의 직후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문대통령은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은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해결할 힘도,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솔직하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미국의 바짓가랑이나 잡으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이 국면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안위와 민족의 미래가 걸려 있는 우리 자신의 당면 과제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핵문제와 민족문제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또 이것이 한반도 문제의 유일하고 안전한 해결책이다. 한국 정부의 역할은 북미간의 대등한 협상, 불신의 상호 책임을 인정하는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핵무장론’ 따위의 논의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철부지들의 비현실적인 절규이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해방이 도둑처럼 온 것처럼 분단도 도둑처럼 왔다. ‘순환’이라는 역사의 자연법칙을 적용하면 어쩌면 ‘평화와 통일’도 도둑처럼 찾아올지 모른다. 전쟁과 평화 – 무엇이 선택되든 우리사회의 근본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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