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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과 초월하는 것
양현정 조합원  |  kle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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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승인 2017.09.28  21: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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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희씨 (62세)순천 서면 배들아파트 7년 전 지인들과 함께 희망 근로사업을 시작한 계기로 지금은 순천시내 공원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많이 배운 사람과 덜 배운 사람 또는 많이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졌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며 못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문득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욕심 때문이니 욕심을 버리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욕심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판단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맞춰진 틀에서 미리 정한 짐작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결정짓는다. 모호한 기준에 있는 나를 중심으로 상하를 만든다. 많은, 좋은, 나은 것에 반해 적은, 나쁜, 덜 가진 이에게 가끔 베푸는 친절을 큰 선행으로 여기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을 돕는 일조차도 욕심일 수도 있다. 그 또한  빠지기 쉬운 오만의 함정일 것이다. 거리에서 청소하는 사람은 불행할까?

순천 서면에 살고 있는 조란희씨 (62세)는 순천시내 공원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자녀들 장성해서 결혼시키고 무료하던 참에 시작한 일이었다.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들에게 짐이 되는 노후를 두려워한다. 문득 다가오는 기념일들(손자들 생일)을 준비하자면 현금이 필요한데 할머니가 하기에 이만한 일이 없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7년이 되었다. 오전에 4시간 개인근로 후 오후에 4시간 단체 작업을 한다. 주로 공원화장실 청소와 주변쓰레기 치우는 일과 녹지사업(화초심기와 잡초 뽑기)을 한다. 몸이야 매일 힘이 들지만 마음은 편하니 하나주고 하나 얻는 셈으로 여긴다.
 

   
▲ 아들딸이 나 일 하는 거 보면 안 되는데 어쩌지?고생하는 티 안내고 편하게 용돈만 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다.


사진 찍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다는 조 여사는 “이거 일 하는 거 아들이 알면 안 되는데 어쩌지?” 하신다. 용돈벌이라 생각해서 하는 일이지만 자녀가 알면 속상해 할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아들은 조여사의 자랑이다. 아들은 프로야구 선수를 했고 지금은 모 구단에서 타격 코치를 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알만한 선수였다. 코치로 있을 때 아시안 게임 우승도 했으니 순천출신 선수를 좁혀 가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아들이 프로선수로 지명 받던 날이었다. 운동선수로 키우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거의 10년을 집중했으니 젊은 시절을 모두 아들과 함께 한 것 같다. 그때는 남편 사업이 잘되던 때라 교육비 걱정도 없었다. 그때는…

사업 잘하던 남편이 크게 손해를 본 후로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재산이 없어졌고 넓은 정원이 있던 집도 팔았다. 힘든 일이 많이 있었지만 자식들 교육할 때가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못 가져본 사람도 있는데 가져봐서 다행이다. 지금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가끔 내가 살던 예전의 내 집을 가본다. 잘 정돈된 정원을 보니 부지런한 사람이 살고 있나 보다. 그나마 다행이다.
 

   
▲ 시민들이 지나가며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인사 한마디만 해도 힘이 납니다. 인사 잘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시민들을 상대하신다고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청소를 하찮은 일로 여길 것이다. 어쩌면 조란희씨도 그랬을 것이다. 젊어서는 행복이 돈에 있었고 아이들 키울 때는 명예에 있었다. 가져도 보고 잃어도 보았다. 돌아와 보니 한때 사모님이었으나 지금은 청소하는 할머니가 되어있다. “누가 나를 짠하게 볼까? 그런 게 다 뭔 소용이란가? 그냥 사는 거지. 욕심을 안내면 정리가 된다네.”

정리가 된다.
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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