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카다상에게 맛있는 라면 가게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그날 저녁에 우리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라면을 끓여 주셨다.


일본 미애현 스즈카시에 as one community가 있다. 12일 동안 공동체 탐방을 하고 돌아왔다. 그 공동체에서 목표하는 바가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에 하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안심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안심하는 관계’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겠구나 하는 경험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탐방 8일차. 이날 아침에는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커뮤니티 농장에서 일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 할 것인지 몇 시간 동안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내가 정했다.) 그런데 어제 온천을 다녀온 탓인지 감기 기운 탓인지 그동안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아니면 공동체 분위기가 편해서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놓아서인지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8시 20분이 넘어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하면 ‘큰일났다. 어쩌지? 부끄럽다.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사람처럼 비춰지면 어떡하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가지 말까?’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나는 이 일이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내가 이 일이 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가고 싶으면 가고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이 일이 하고 싶은가?’

‘그 일이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고 커뮤니티 농장으로 향하였다. 내가 농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누구 하나 나에게 “임씨, 어디에요?”라고 묻는 문자 하나 없었고, 농장에 도착해서도 누구 하나 나에게 “왜 이제 왔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내가 늦게 온 것이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나는 ‘자발적인’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10시까지 일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 10시가 되어서 가야겠다’라든가 ‘8시 40분에 왔으니, 2시간을 채워야 하니까 10시 40분까지 일을 해야지’하는 마음은 생겨나지 않았다. ‘나는 얼마나 일을 하고 싶은가. 내가 언제까지 여기에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가’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약속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쿠라(일본 채소) 포장하는 일이 끝나는 시점(10시 45분쯤)에 일을 스스로 마쳤다. 같이 일한 동료들에게 ‘그만 가보겠다’고 얘기하고 농장을 나왔다. 그것은 아마 누군가에게 마치는 시간을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안심하는 관계는 안심할 수 있는 문화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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