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동네 뒷산에서 만난
곱게 늙으신 얼굴에 비하면
허리가 많이 휘어지신 할머니는
검게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
나무 그루터기를 열심히 찍고 있는
저에게 다가오시더니
왜 예쁜 꽃을 찍지 않고
썩은 나무를 찍고 있느냐고
나무라시듯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썩은 나무라서 찍고 있다고
저 나무 그루터기가
꽃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조용히 썩어가고 있는 모습이
흙으로 곱게 돌아가는 모습이  
세상 어떤 풍경보다도
아름다워서 찍고 있는 거라고
변명하듯 말씀드렸습니다.
 
차마
속으로만 말씀드렸습니다.


 

 

안준철
순천효산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시집<별에 쏘이다>외 몇 권,
교육산문집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외 몇 권을 펴냄
한국작가회의 순천지부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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