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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난해야 하나 봐요
최미희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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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승인 2017.09.28  15: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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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어르신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만나자마자 내 손을 잡으시더니 “최의원, 내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수급자가 잘리게 됐네. 이것 좀 읽어 봐.”

어르신이 가지고 온 종이를 읽어보니 어르신이 재혼하기 전 낳은 아들이 월 150만 원 이상 돈을 벌고 있으니 부양의무를 지고 있는 아들이 이제 엄마를 부양하라고 수급비를 줄 수 없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내가 만난 어르신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2012년 당시 매달 정부로부터 월 40여만 원의 의료보장급여와 생계급여, 주거급여를 지원받고 있었다.

“내가 이놈 때문에 맞아도 참고 살다가 도저히 살 수 없어서 도망쳐 나왔는데, 돈을 잘 벌어서 잘 살면 됐지 왜 나라가 나를 못 살게 하는지. 재혼한 남편이 나 때문에 못 살게 됐다고 나가라네”

시각 장애인인 남편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어서 생계유지를 위해 월 40여만 원 정도를 받는 공익 근로와 월 40여만 원의 수급비로 겨우 생활을 하고 있는 그분의 사연이 안타까웠다. 더군다나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되면 의료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되어 병원비가 많이 들어 걱정이라면서 한숨을 내쉬고 눈물을 흘리셨다. 결국 아들과 30년이 넘도록 연락이 두절되어 살고 있다는 각종 자료와 사연을 제출하고 나서야 그분은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을 유지하게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가 아주 복잡하다.
통장 거래내역, 핸드폰이나 전화 통화내역, 다니는 병원 진찰 기록, 재산 상황 등을 서류로 제출하고 나면 전담 공무원은 사회복지 전산망을 통해 공적 자료를 확인하고 실태조사와 근로능력을 판단해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

2010년 도입된 사회복지 전산망은 전국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에게 의료보험료, 가족관계, 연금 수령액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한다. 사회복지 전산망을 도입해  2년 동안 15만 명의 가짜 기초생활수급자를 탈락시켜 복지 예산을 아꼈다고 이명박 정부는 자랑했다. 

그러나 월 150만 원이 넘는 돈을 벌게 되면 수급자에서 탈락할까 봐 직장을 오랫동안 다니지 않거나 부양의무제도 때문에 더 가난해지려고 하는 역효과가 생겼다. 부양의무제도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탈락된다고 연락이 되면 자녀들이 핸드폰 번호를 바꿔버려 그나마 서로 안부를 묻고 사는 가족 관계마저 단절되는 사례도 생겼다. 

가난이 죄가 되어 마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처럼 그늘로 들어가 꼭꼭 숨어 버린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전세자금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적게 해주지’ 라며 정부를 원망한다.

그 무렵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재벌들의 법인세도 인하된 상황이었다, 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부족한 예산을 메꾸기 위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택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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