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동성애 옹호로 이어져”
순기총 두 차례 반대 집회 열어 시의회 압박

본지에서는 164호(8월 2일자) 기획기사-‘순천시 청소년노동인권조례 7개월여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를 통해 ‘순천시 청소년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이하,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을 다룬 바 있다.

이번호에는 지난 7월 ‘제215호 순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미상정 이후, 지난 9월 15일 ‘제218회 순천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순천기독교총연합회(이하, 순기총)의 집단행동으로 보류된 상황을 취재하였다.

기사의 대부분은 지난 9월 15일 순천시청 앞에서 진행된 순기총 집회 당시 공학섭 목사(순기총 회장)의 발언과 순기총에서 배포한 홍보물을 중심으로 작성했다.
 

 

▲ 9월 8일, 15일 양일간 순천시청 앞에 모여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반대 집회를 진행하는 순천기독교총연합회


9월 8일 오전 10시경, 100여명의 순기총 소속 목사와 신도들이 ‘청소년노동인권 조례안 반대’ 현수막과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순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은 올해 초 발의되어 9개월째 표류중인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본회의(15일) 상정을 앞두고 있는 ‘제218회 순천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순천시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지난 7월 우여곡절 끝에 순천시의회 상임위원회(문화경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순기총의 압박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9월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었다.
 

본회의 앞두고 열린 순천시의회 긴급토론회, 순기총 참석하지 않아
 

▲ 지난 14일. 순천시의회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의 찬성측과 반대측의 입장을 공론화 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2차 토론회를 마련했으나 반대측의 순기총이 불참함으로써 찬성측만 참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순기총의 집단행동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 상황이 이어지자, 순천시의회(의장, 임종기)는 본회의(15일)를 하루 앞두고, 양측의 입장을 시민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론화하여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14일 긴급 2차 토론회를 마련했다.(1차 토론회는 지난 4월 7일,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 있다.)

하지만 조례안을 줄기차게 반대해 왔던 순기총은 토론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불참을 통보함으로써 찬성측만 참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신민호 순천시의회 운영위원장은 “민의의 전당인 의회 본회의장에서 긴급하게 여론수렴의 중요한 절차를 거치고자 토론회를 마련했는데, 순기총의 불참으로 반쪽 토론 형식에 그치게 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인권=동성애 지지’ … 조례 반대 이유 분명히 밝힌 순기총
8일에 이어 ‘제218회 순천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열리는 15일, 순기총은 순천시청 앞에서 2차 집회를 이어갔다. 10시경 집회를 시작으로 노동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이유를 담은 홍보물을 배포하고, 공학섭 목사(순기총 회장)의 연설을 중심으로 집회는 진행됐다.

공학섭 목사는 집회 연설에서 “이 조례가 통과되면 노동교육이 의무화되어 교육하게 된다. 과격한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강사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민감한 아이들이 과격한 노동운동에 물들 수 있다” 며 조례 반대 이유를 밝혔다.

또한 “조례의 2조 3항은 예쁘게 써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1항’과 동일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2조 3항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즉 동성애를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청소년조례에는 동성애가 없어도 결국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아 통과되면 더 험한 일이 생긴다”고 밝혔다.

<순천시 청소년노동인권조례()>

2조 3항 - “노동인권”이란「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노동자의 권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권리를 말한다.
 

 

<국가인권인권위원회법 2>

1. “인권”이란 「대한민국헌법」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3.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 9월 15일, 순천시청 앞 순기총 집회에서‘인권교육=동성애’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는 참가자들


노동3권이 가장 잘 보장된 나라가 대한민국?
공학섭 목사는 “조례가 없어도 우리나라처럼 노동3권이 가장 잘 보장된 나라가 없다”며, “아이들 보호를 위해 노동3권이 있고, 노동청에 가서 전화 상담·방문 등 조례가 없어도 청소년 보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집회 당시 순기총이 배포한 홍보물에는 “이미 순천시에 설치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도 조례안에서 의도하는 기능을 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연용 순천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본 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근거하여 설립한 기관으로 청소년상담, 긴급구조, 자활, 의료지원 등 통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리 상담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상주하여 위기청소년의 심리 정서적 문제에 조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의 노동인권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대상 청소년의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하되 임금, 노동인권침해 사항 등은 전문기관인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등에 협조 요청하고 있다”라며, “청소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는 본 센터에서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보류 안돼요. 폐기 시켜주세요”
한 시간여 집회가 진행될 즈음 이창용 순천시의회 의원이 순천시청 현관 앞으로 내려왔다. “좋은 소식입니다. 오늘 의결하지 않고 보류를 시켰습니다. 제가 못나서 일사천리로 해야 하는데 너무 고생이 많습니다. 의원들 가운데 동의하신 분들도 계셔서 앞으로 논의를 많이 해서 궁극적으로 폐기가 될 수 있도록 인도를 해야겠습니다.”

이창용 시의원의 보고에 집회 참가자들은 “보류 안 됩니다. 폐기해야 합니다. 지금 상정해서 부결시켜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학섭 목사는 “앞으로도 순천에 십만 신도에게 알려주시고 아파트 이웃에게 퍼트려 주시고, 조례가 통과 안 되면 의원들을 격려해 주고, 조례가 통과되면 격렬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조례 통과되면 인권조례안 반드시 나옵니다. 힘을 모아 조례를 폐기 시킵시다”며 집회 마무리 발언을 했다.


“적폐세력 확인” VS “10월 순천시의회 조례 상정 불투명”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대표 발의한 유영갑 시의원은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단체의 반발로 보아서는 안 된다”며, “이정현 국회의원을 당선시킨 보수 기독교 세력 등 순천지역 적폐세력의 모습인 것이며, 전국적으로는 이를 통한 보수세력 재집결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고 강조했다.

유영갑 시의원은 “10월 순천시의회 임시회에는 더 이상 보류시킬 것이 아니라, 본회의에 상정하여 보수기독교 세력 등 순천지역 적폐세력의 모습을 확인하고 순천시의회 의원들의 소신있는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임종기 순천시의회 의장은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꼭 통과되어야 하지만, 조례를 찬성하는 시의원들 역시 부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여 ‘좀 더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0월 순천시의회 임시회에 조례 상정 역시 불투명한 현실이다”고 전했다.
 

100만 촛불이 꿈꾸었던 세상은?
묻고 싶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인 나라,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나라가 과연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가장 잘 보장된 나라인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온갖 차별과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아직도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부르짖는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안 부결에서 본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보수야당과 보수기독교가 하나로 움직이는 큰 흐름에 순기총의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반대 행동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순천시의회 시의원들 역시 그 연결에서 자유롭지 않다.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그들이 가로막고 있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차별금지법 등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촛불을 들었던 민중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촛불의 힘으로 바꾼 세상 곳곳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적폐는 여전히 많다.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생명이 숨쉬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여전히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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