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교수-학생, 교수-직원, 직원-학생, 상급생-하급생, 정규직-비정규직 관계 등 대학 내에 굳게 자리 잡고 있는 봉건적 상하관계가 무엇보다 문제라고 본다. 이런 틀 속에서는 권력을 쥔 쪽의 억압과 폭력에 맞서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천천히 그런 구조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그것이 문제인지조차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이번 일처럼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잠깐 경각심이 일어나는 듯하다가도 이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여 징계를 내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아울러, 어떤 개인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바로잡고 싶어도 의견을 받아 공론화할 통로와 주체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번 일은 지난 봄 어느 학생이 익명으로 제보하려 했으나 제보는 실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데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시스템의 맹점이 일을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때 제보가 받아들여졌다 하더라도 제보자와 피해자를 보호해가며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적절한 조직 단위가 없는 상황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나 ‘사건 축소/은폐’로 흐르기 쉬웠을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단기적으로는, 재발 방지를 위한 매뉴얼과 시스템 마련, 학내 소통구조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사자 개인의 일탈과 그에 대한 징계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조직은 잘못을 개인에게 떠넘기고는 근본 원인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설령 개인적 소양이 모자라는 구성원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 있는 일탈 행위를 할 수 없는, 하더라도 시스템에 의해 쉽게 제어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이번 일이 한 개인에 대한 분풀이에 머물지 않고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명제 게시판을 포함한 온라인 게시판의 활성화, 인권문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학내 조직(가령 교수/직원/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인권위원회) 설치 등, 그동안 간과돼왔던 여러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군사문화의 잔재인 봉건적 상하관계를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시스템 마련도 이런 노력에 도움을 주겠지만, 대학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깨어있는 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매년 학과 엠티 때마다 학생들의 소속감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행해지는 상급생들의 얼차려를 거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교수들의 폭력 행위에 쉽게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권위를 등에 업은 폭력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으며, 부지불식간에 나 역시 가해자가,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는 성찰의 능력이 필요하다.

박성훈(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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