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순천대 ㅅ교수가 동영상에서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내가 알 수도 있는 누군가가 나와 한 건물 내에서, 학생들에게 그런 막말과 폭언을 일삼고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 일로 분노하고 불편해하실 모든 분께 같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대신 사과의 말씀 전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모든 대학에서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가? 
1) 강의 시간에 교수가 ‘반복적으로’ 막말과 폭언을 한다. 
2) 불이익과 보복이 두려워 끙끙 앓던 학생들이 학교 측에 제보한다. 
3) 사과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교수와 학교 측이 학생들을 회유한다. 
4) 핵심 제보자들에게 개별적 불이익이 돌아간다. 

제대로 바뀌지 않은 사건은 가끔 이번처럼 언론에 흘러 들어가, “XX 대학 B교수 막말…. 학교는 나 몰라라”라는 제목으로 보도되고 교수와 소속 대학은 사회적 비난을 한 몸에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다시 반복된다.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1)번 단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강의 능력과 연구 능력이 임용의 주요 판단 근거가 되는 채용 과정에서 ‘가능성(?)’ 있는 교수를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생제보의 활성화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능사도 아닐 뿐더러 우리나라 정서상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 측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군사부일체’라는 교육 현장에서 통용되는 암묵적 규범은 학생들의 복종을 강요해왔고 학생들이 교수의 잘못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죄악시돼 왔다. 규정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은 변했다. 교수들의 교권만큼 학생들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규칙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전 예방이 어렵다면 재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이고 강력한 사후 규제가 필요하다. 순천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나를 포함하여 대학 구성원들도 개별적 노력 외에 집단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도 단발적 보도에 멈추지 말고, 대학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과 대안에 대한 지속적인 탐사 보도해야 한다. 실질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대학 사회를 압박해 줘야 한다. 지금까지 학생들 선후배 간의 폭력, 교수 갑질 등의 대학 문제를 다룰 때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보도 자세를 보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적폐는 어느 곳에나 있다. 교육 현장은 좀 달랐으면 하지만 실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이 대학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도 노력하겠다.

이 글은, 순천대 교수인 저자의 허락을 받아 저자의 SNS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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