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존엄하게 헤어질 수 있는 마지막 퍼즐

▲ 순천생협병원장 박인근

가족 중 소중한 누군가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시간, 그 자리를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것을 ‘임종’ 또는 ‘임종을 지킨다’라고 합니다. 임종을 지키는 자리에서 가족들은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극단적인 순간을 겪으며 애달파하기도 하고 가족 간의 고마움과 용서 화해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존재로서의 존엄성’과 그 존재가 맺은 ‘관계로서의 존엄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는 시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종을 지키는 것은 가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가족은 빠른 속도로 파편화되고 삶은 각박해져만 갑니다. 온 가족이 모여 임종을 지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해지는 이유입니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가족은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임종을 지킨 다른 가족으로부터 모진 다그침을 받기도 합니다. 

아픈 이의 몸과 몸의 주변이 처참하게 망가진 상태에서 혹시라도 어린아이들이 임종을 같이 지키게 되면 그 모습은 그 아이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거나 악몽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존재로서의 존엄성’과 ‘관계로서의 존엄성’이 밝게 승화되지 못하고 어두움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호스피스완화 의학이 죽음에 이르는 여러 현상을 풀어내면서 여명예측도 차츰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망시간을 미리 추정할 수 있다면 아픈 이의 의식은 희미해졌으나 사망하기 전에 온가족이 모여 임종에 준한 의식을 미리 치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순천생협요양병원에서는 2016년 11월부터 의식수준이 떨어지며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임종에 준한 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제도를 기획하고 시행하였습니다.

의식의 이름은 ‘사전임종식(事前臨終式)’, 사전임종식과 관련된 제도는 ‘사전임종제(事前臨終制)’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 사전임종제(事前臨終制) 대상은?

순천생협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의식수준이 떨어지며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와 그 가족입니다.


□ 사전임종제(事前臨終制) 방법은?

입원한 환자 중 의식수준이 떨어지며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가족에게 환자상태와 사전임종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임종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족이 합의하여 사전임종식을 원하면 순천의료생협 내 의료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순천생협병원사전임종팀이 환자와 가족의 여러 상황을 고려한 맞춤식 사전임종식을 기획하고 가족과 상의하여 시행하게 됩니다.
 

▲ 순천생협요양병원에서 실제 시행한 <사전임종제> 사례


□ 사전임종제(事前臨終制) 시행 결과

사전임종식을 치른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전임종제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사전임종식을 치름으로써 준비되고 더욱 고귀한 ‘임종을 지킴’ 경험할 수 있었고 가족 간의 유대감도 더욱 끈끈해졌다고 합니다. 사전임종제는 죽음을 맞이하는 분과 그 가족이 가장 존엄하게 헤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 병원상담: 061-759-3300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