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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을 찾아 온 사람
양현정 조합원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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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호] 승인 2017.09.14  17: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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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속

이곳에 이사 올 때
아버지는
오 년만 살고 가자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훈이네도
금옥이네도
성욱이네도
우리와 같은 약속으로 살러 왔는데

성욱이네 넉 달도 못 채우고 떠나갔고
정훈이네 금옥이네
벌써 십 년째랍니다

거짓말 모르던 우리 아버지
약속을 지키실지 궁금합니다.

(임길택 시인의 동시모음집『탄광마을아이들』중)

 

“흑두루미가 있어서 왔지요!”

부모님 고향은 충북 괴산이다. 나는 경북 문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후 경기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제는 순천에 터를 잡았다. 어느 여배우가 “조실부모 사고무친하여 외로운 나는…” 읍소하던 말이 생각난다. 외롭고 절박한 ‘사고무친’의 도시에 온 지 벌써 3년째다. 나는 왜 순천으로 왔는가? “순천에 흑두루미가 있어서 왔지요!”
 

   
▲ 이윤숙 : 초등학교 교사 (토끼띠)2015년에 순천으로 왔다. 괴산-문경-인천-제주-순천까지 지나온 길에 남긴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지난 대선 때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까지 네 명의 가족이 각기 다른 정당후보를 지지한, 자기색이 뚜렷한 가족이지만 강요하지 않는 배려와 사랑이 가득하기도 하다. 이제는 부모님과 더 자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석탄이 주요 연료였고 근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문경에는 크고 작은 탄광들이 많이 있었고 아버지는 광부였다. 1970~80년대,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어둠이 지배하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야 했다. 

가족들은 가장이 다음날 아침 무사히 퇴근하길 마음 조이며 기다렸다. 아버지가 기다리는 새벽은 마을을 벗어나는 삶이었던 것 같다. 

‘시’처럼 아버지는 다음에 좋은 곳에 가서 살자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캄캄한 그곳에서 꼬박 7년을 일하셨다. 부모님께는 힘들었을 그 시기가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자연과 교감하며 감수성을 쌓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지난 대선 때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까지 네 명의 가족이 모두 다른 정당후보를 지지했다는 자기색이 뚜렷한 가족이지만 강요하지 않는 배려와 사랑이 가득하기도 하다.이제는 부모님과 더 자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는 나무와 깊은 숲, 그 안에서 퍼덕이는 새들, 마을 앞에 흐르는 작은 도랑물까지 모든 것이 그림으로 남아있다. 나는 가난을 느끼지 못했고,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담고 자랐다. 그런 이유로 도시(인천)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관심은 온통 자연과 환경이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는 것이 나의 숙제였다. 그래서 습지연수,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 교사모임, 탐조활동, 새만금 바닷길 걷기까지 환경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했다. 특히 철새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었다.
 

   
▲ 환경문제는 절대 양보하기 싫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알고 느끼도록 교육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성적보다 중요한 기쁨을 알게 해주고 싶다.


그런 와중에 새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10년 동안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언젠가는 저 방조제가 다시 열려 살아있는 갯벌로 돌아가길 기대하며 가슴으로 기록하는 10년이었다.
 

   
▲ 새만금 바닷길 걷기 중 - 진봉수문에서

약속의 땅, 순천
 

나는 워커홀릭이었나 보다. 갑자기 혈관염을 진단받고 일상생활마저 불가능해져 요양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때야 돌아보니 그저 하숙생처럼 들락거렸던 집과 노쇠한 부모님이 보였다. “맞아! 우리 그때 약속했었지. 이담에 좋은 곳에서 살자고.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어디로 갈까?” 많은 고민을 하던 중에 순천만이 보였다. 새가 있는 곳, 개발보다는 보존을 선택한 곳, 시간이 천천히 가는 곳, 해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 그래서 순천으로 내려왔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 순천을 찾아온 제자와 함께 웃장 국밥집에서.


순천에 온 지 6개월 만에 병이 나았다. 부모님은 교회를 다니며 친구를 사귀셨고, 나도 많은 지인이 생겼다. 이사 오면서 집을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누군가 조언했다. “5천만 원으로 이웃을 얻었다고 생각해. 그 집이 비싸니?”

아하! 그렇구나! 예전에는 나무와 새들이, 지금은 사람들이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 순천만을 중심으로 새벽걷기를 하고 있는데 순천만 주변의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 맞이하는 차가운 새벽기운이 참 좋다. 깜깜한 하늘과 별 붉은 해무리가 함께하는 그 시간은 나의 또 다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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