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4,5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예술이란 眞과 善을 다 포함하는거야

예술이라는 말을 혹시 누가 설명할 사람 있나요? 나는 예술이 이거라고 본다. (저요! 예술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거예요.) 호오, 그렇군요. 예술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동의하나요? (네~~~)

예를 들면, 화가 아주 잔뜩 났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그것도 나를 표현하는거잖아. 그렇지요? 그것도 예술이야? 그래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표현했잖아. 예술적 표현으로 사람을 두드려 팰 수 있어요? (사람은 때리면 안돼요) 그래도 화가 나면 때리잖아요. 나는 화가 나면, 종이도 찢어버리고, 연필도 부러뜨리고. 화가 아주 심하게 났을 때, 내가 제일 아끼는 단소가 하필 내 손에 있었어요. 꼭지가 돌아서, 글쎄 그걸 부러뜨렸지 뭡니까. 아직도 후회가 돼요. 그치만 그것도 나를 표현한거야. 그렇지요?

나를 표(表)현(現)했다고 그런 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냐면 사람은 밤낮으로 자기를 표현하며 살잖아요. 깨어있을 때 내가 말하고 움직이는 게 전부 나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삶은 예술이라고 말할 수가 있겠네. 그리고 또 ‘예술’하면 생각나는 거 있어요? 그럼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얘기해 볼게요.

옛날 그리스 사람들부터 동양도 마찬가지고 서양도 마찬가지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말이 말처럼 살아가는데, 개가 개처럼 살아가는데. 그런데 사람과 짐승이 다른 건 많이 있지만, 다만 ‘이 세 가지를 추구한다, 찾는다’ 에서 동물들과 구분이 되지요.

한문으로 말하면 眞(진), 善(선), 美(미). 진(眞)이라는 한자는 참되다, 진짜다. 선(善)은 착하다, 선하다. 마지막으로 미(美)는 아름다움. 사람은 진(眞) 선(善) 미(美)를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거예요. 짐승들은 안 하고 사람들만 하는 게 많아요. 그중 하나가 그림그리기에요. 새들은 노래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 귀엔 노래를 하는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 그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거예요. 그리고 진짜냐 가짜냐를 가지고 짐승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가짜가 없거든요. 그래서 다 진짜야. 진짜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거든. 그렇게 본다면 사람은 짐승과 다르게 추구하는 거지요. 나에게 의미가 없는 걸 찾는 사람은 없지요.

저쪽에 줄 하나 긋고, 여기 줄긋고, 누가 먼저 뛰어가나 대결하는 게 뭐지요? 달리기에요. 지구상에 달리기 하는 건 사람밖에 없어요. 물론 사자도 달리고 원숭이도 달리고 그렇지만 동물들은 누가 먼저 가나 내기해서 가지는 않아요. 동물들이 뛰는 이유는 뭘 잡아보려고 뛰던지 아니면 안 잡아먹히려고 뛰던지 이것밖에 없어.

짐승들은 전혀 하지 않는 이상한 짓들을 사람은 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아름다움을 그리는 거예요. 바로 예술이지. 옛날 동굴벽화 있지. 인간들만 그런 걸 그렸어요. 진(眞)과 선(善)과 미(美)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무엇이 참일까? 무엇이 선한 것일까? 무엇이 아름다운 것일까?

이 순서가 동양과 서양이 똑같아요. 그쪽에도 진(眞)선(善)미(美)에요. 왜 진(眞)선(善)미(美)일까 생각해봤어요. 진(眞)은 진짜라 그런 얘긴데 짐승세계에선 진짜밖에 없어요. 가짜가 없으니까! 그런데 사람은 가짜를 만든단 말이에요. 그렇지 않은데도 그런 것처럼 할 줄 하는 게 사람이에요. 사람은 거짓말도 할 줄 알아요. 개들은 거짓말 못해요. 덕수가 거짓말 하는 것 봤어요? 밖에서 크는 당나귀 말이에요. 사람은 속일 줄 알아요. 거짓말 할 줄 알아요. 그러니까 속지 않으려고 진짜를 찾는 거예요. 안 속고 살자. 속이지 말고 살자. 이게 진(眞)을 추구하는 거예요. 선(善)은 나쁘고 좋다는건데, 아름답진 않아도 돼요, 착한것은. 그래서 미(美)는 없어도 돼요. 그게 진(眞)과 선(善)이야.

예술이라는 것은 진(眞)과 선(善)을 다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세상이 내가 볼 때는 다르게 가고 있어요. 머리 좋은 사람이 출세하는 세상이 아니라, 달리기 잘하는 사람이 출세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착하고 진실한 사람이 출세하는 세상입니다. 앞으로 세상이 그렇게 바뀌어요. 머리 잘 쓰는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 마음을 감동 시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예술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잘 사용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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