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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관행
최미희 전 시의원  |  webmaster@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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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호] 승인 2017.09.14  17: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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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이 된 그 해 추석 전, 난 깜짝 놀란 일을 만났다.

“의원님, 지금 어디 계세요?”
“000에 있어요.”
“지금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나를 만나러 온 분은 000에서 보냈다며 선물 꾸러미를 들고 왔다.
“저는 그냥 심부름한 거예요. 명절 때라고 보낸 것 같습니다.”
 

그 후 내가 속해 있는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집행부서, 순천시와 관련이 있는 기관에서 선물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물을 보낸 곳에 거절한다고 전화를 하면 큰 금액도 아니고 자그마한 것인데 그냥 성의로 받아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나는 선물이 필요 없다는 말싸움만 하는 일이 자꾸 벌어졌다.

선물을 보낸 사람들은 나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 물건을 받고 보낸 사람들에게 뭔가로 되돌려 줘야 하나?’
‘혹시 예산 삭감하지 말고 업무 보고 때 질문 좀 조금 하라는 건가?’
‘받을 만큼 해 준 일이 없는데…’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황스러웠다. 모 국회의원의 사과 상자, 비타 500 음료 등등 선물 속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의미가 자꾸 생각났다. 마음으로 받고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 선물인데 이처럼 마음 불편하게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중에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관행이라고 했다. 으레 명절 때는 시의원들에게 인사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구로부터 받는 인사는 껄끄럽고 불편했다. 나는 의정활동비와 직무수당을 매달 시민으로부터 받고 있는데 명절 때 따로 인사를 받아도 되는 것인지 나에게 질문했다. 관행이고 좋은 날이니까 괜찮다고 그냥 무심히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뜻이 맞는 시의원들끼리 모여서 의논한 결과 명절 때 들어온 선물들을 사회복지 기관이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기로 하고 보낸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고 그렇게 실천했다. 

의원직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 계속해 왔다. 시의원이라는 지위 때문에 받게 되는 불편한 관행은 ‘난 의원이니까’라는 특권의식으로 변질되었을 것이다.

명절 때만 되면 예전의 당황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그 무렵이면 늘 방송에서는 사회복지 기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보다 뜸해졌다고 보도한다. 시의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 가득 쌓인 선물꾸러미들도 국민들에게 보여 준다. 

명절 때 시의원들에게 주는 그만큼 사회에 돌려주면 어떨까? 시의원이니까 명절 때 선물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시의원이라서 주는 명절 선물이 없어진다면 정치인들의 특권의식도 정치에 대한 불신도 조금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최미희 전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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