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호 
순천대 인문학연구소
소장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독교 역사’를 성찰하는 학술대회들이 세계와 한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에 비해서 한국은 종교개혁과 관련된 행사가 활발한 편은 아닌 것 같다. 그 자체가 기독교에 대한 반성이 치열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국현실의 반영인 것 같다.

기독교계에 북평양·남순천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남장로교의 순천 및 전남동부지역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동안 순천노회가 활동했던 전남동부지역 선교 및 지역교회 발전과정이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다. 

또한 다른 지역의 주요 교회들이 교회백년사를 대부분 출판한 데 비해, 전남동부지역의 100년이 넘는 장천교회, 웅동교회, 순천 중앙교회 등 주요교회들의 교회사 발간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교회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지역 선교와 교회 역사를 다룰 필요가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지난 8월 18일 순천대학교 인문학연구소가 ‘전남동부지역의 기독교선교와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500주년 종교개혁 행사의 하나로 전남동부지역의 선교 및 지역교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전망하자는 의도에서 준비되었다. 학술대회로서는 드물게 300여명의 청중들이 모여 전남동부지역 기독교 선교 및 역사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남동부지역 선교역사는 한국기독교 선교역사에서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미국 남장로교가 호남에 설립한 5개의 선교부 중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된 곳이라는 점이다. 순천지역 선교는 복음선교, 교육선교, 의료선교가 짜임새 있게 잘 진행된 사례로 연구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전남동부지역 선교유적의 하나인 지리산 선교사 휴양시설에서 선교사들이 성경의 대부분을 한글로 옮겼다. 

영어 성경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은 한국기독교 선교사에서뿐만 아니라 근대 한글 문법의 체계화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한국현대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글문법을 체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주시경 선생이 미션스쿨인 배재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하게 잘 보여준다.

호남지역에서 남장로교의 복음선교, 교육선교, 의료선교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교육선교와 관련해서는 대전의 한남대학교, 광주의 수피아 여고, 전주의 신흥고등학교, 순천의 매산학교가 유명하다. 

의료선교와 관련해서는 전주 예수병원, 순천 알렉산더 병원, 여수 애양병원이 잘 알려져 있다. 순천 알렉산더 병원은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 볼 수 없어서 아쉬운 일이다. 최근에 알렉산더 병원의 일부 시설이 순천시청의 지원으로 복원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제강점기 순천노회의 수난은 전남동부지역의 교회의 역사가 한국민족운동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순교한 대표적인 분이 평양 북장로교의 주기철 목사이다. 

그런데 순천노회에서는 1940년 17분이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옥고를 치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40년 총회에 보고된 순천노회의 목사 14명 중에서 12명이 구속되었다. 이를 보면 순천노회 전체가 실질적으로 반대했다고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개인이 아니라 순천노회 대부분이 신사참배를 반대했다는 사실을 한국사회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하여 제대로 연구되지 못한 지역의 선교 및 교회발전의 역사를 학문적으로 새롭게 조명해나가야 한다. 

먼저 이번 학술대회 성과를 책으로 출판하여 널리 알려야 한다. 지역의 선교와 교회역사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나가면서, 기독교 인물, 문화 등을 심층적으로 하나씩 다루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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