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캠프를 다녀와서

26일은 순천청년정책협의체(위원장 이진영)에서 공들여 준비한 청년 캠프가 있는 날이다. “청년 우리가 힘이 되어 줄게”란 주제로 준비된 행사였다.

캠프 기획위원을 맡아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지만, 늦잠으로 일정이 꼬여 버렸다. 허둥지둥 순천대 앞 약속장소로 갔다. 전세 버스를 확인하고, 참여한 청년들을 챙기고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버스가 조금 늦어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약속 장소에 모인 청년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숙소인 순천만 에코촌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모인 청년들은 50여 명. 6개의 조로 나눠 간단히 인사하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많은 청년이 오늘 처음 본 사이였다. 첫 순서로 조원들의 얼굴을 돌아가며 그려 완성하는 작업을 했다. 어색함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조장을 정하고 조명을 정해서 전지에 적어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내가 속한 3조의 조명은 ‘삐약이와 요즘 것들’이었다.
 

▲ 조별로 조이름을 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 3조 ‘삐약이와 요즘 것들’의 전지이다.

조별로 점심을 먹은 후, 한글학회를 통해서 글을 배우는 할머니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어려웠던 시절, 여자란 이유로, 가정에 헌신하느라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분들이었다. 많은 나이였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이야기했다. 할머니들은 청년들에게 젊어서 많이 놀고 공부도 하고 효도하고 서로 다독이며 잘 지내서 순천을 발전시켜 주기를 부탁했다.
 

▲ 한글학회 어머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별로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바른 나눔이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진솔하고 깊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주로 진로, 인간관계, 연애, 결혼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캠프의 보람이 벌써 느껴졌다.

즐거운 캠프, 여름을 즐기기 위해 운동회, 물총, 물풍선이 준비되었다. 운동회 종목은 조별로 3명이 3벌이 붙어 있는 ‘몸뻬’를 입고 달린 다음, 슬리퍼를 던져서 받고, 물풍선을 던져서 ‘몸뻬’ 입은 채로 받고, 단체줄넘기를 해야 했다. 그 사이에 다른 조원들은 게임을 방해하기 위해 물총과 물풍선으로 물세례를 퍼부었다. 다들 신난 표정이 역력했다.
 

▲ 신나는 물놀이, 단체줄넘기를 하고 다른 조는 게임을 방해한다.
▲ 신나게 물총을 쏘는 모습
▲ 게임 중인 다른 조원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있다.

저녁 시간, 이젠 서로 대화가 부드럽게 오간다. 밥맛도 좋았다. 오후에 조별로 이야기한 고민 주제를 재미난 방식으로 풀어내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콩트와 뮤지컬, 힙합 경연 방식의 발표가 이어졌다. 백수 아들을 구박하는 시어머니 역할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4조에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다들 둥그렇게 둘러앉아 레크레이션 시간을 가졌다. 포스트잇을 얼굴에 붙여 손을 쓰지 않고 떼기,  손쓰지 않고 ‘몸뻬’ 빨리 입기, 포스트잇에 연락처를 적어 교환하고 싶은 사람에게 붙이기가 이어졌다.
 

▲ 얼굴에 붙인 포스트잇을 손을 쓰지 않고 떼야 한다.
▲ 바닥에 놓인 ‘몸뻬’를 손을 쓰지 않고 입어야 한다.

11월에 청년센터가 완공되면 걸 현수막을 바닥에 깔고 각자의 청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말들이 주류였다. 그만큼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현수막에 청년들의 하고픈 말을 적었다.


밤 10시, 뒤풀이가 펼쳐지고 청년들은 먹고, 게임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간의 대화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다른 방에서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다고 한다. 일부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들의 마음에 연결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간단히 식사하고 모인 청년들은 조별로 롤링페이퍼를 작성했다. 모든 조에 모임지원비가 지원되었다. 우리 조는 다가오는 토요일을 모임 날짜로 잡았다.
 

▲ 캠프를 마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청년들에게 행사를 알리고 모으는 과정은 더욱 더 힘들었다. 하지만 참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 행사의 목적은 달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청년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 고립된 청년들이 서로를 알아 가고 연결되는 즐거운 시간, 서로의 존재를 알리는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벌써 토요일 모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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