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계수
    달나무농장 대표

언론에서 살충제 달걀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자 우리 집에서 달걀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던 소비자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달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달걀 값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달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는데 우리 달걀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었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하니 그 검사 또한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지난 한 주일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달걀의 안전성을 묻는 전화와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새로 주문하는 전화를 받느라 농사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같은 사안에 정반대되는 반응 앞에서 꽤 혼란스러웠다. 가장 보편적인 식품인 달걀에 대한 불안이 식품 소비 전반에 대한 불신과 공포로 번져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는 정부의 안일하고도 잘못된 대처가 문제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닭 사육 농가에서 문제가 된 살충제의 안전성을 걱정하면서 유독성 여부에 대한 검사를 농식품부와 식약처에 요청했지만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닭에 쓰이는 살충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했지만 국민들이 갖게 될 불안감과 시장의 혼란, 양계 업계의 반발 등을 우려하여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탄핵 정국으로 들어가면서 대책을 전혀 마련할 수 없었다.

올 봄에는 조류독감(AI) 여파로 달걀 값이 폭등한 데 따른 대책으로 유럽과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달걀에 대해 관련 부처들이 잔류 농약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유통시켜버렸다.

지난달 말부터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고 해당 달걀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품이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식약처에서는 국내산 닭과 달걀을 모니터링한 결과 문제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농식품부가 국내산 달걀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한다. 그러자 전국 1,200여 양계 농가를 전수 조사하고, 그 중 64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대다수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검사 시료인 달걀을 수거하면서 달걀을 현장에서 직접 수거하지 않고 농장에서 임의로 제출한 것을 검사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보완 검사를 거쳐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러한 반복되는 실수에다 살충제 성분의 위해성에 대한 모호한 견해, 친환경 인증 제도의 부실한 관리 등이 더해져 달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극도로 증폭돼버렸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대처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핵심적인 원인은 가축의 사육 방식에 있다. 산란계 농가에서는 달걀 개당 1∼2원 차이로도 손익이 엇갈리기 때문에 투자를 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대량 사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시설을 닭의 생리에 맞추어 짓는 것은 생산비를 높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케이지 축사를 이용한 밀식 사육이다.

이곳에서 닭 1마리에게 허용된 공간은 흔히 A4용지 한 장으로 비유된다. 땅과 격리되어 층층이 쌓인 케이지 안의 닭은 스트레스 속에서 사료 먹고 알 낳는 기계일 뿐이다. AI라는 것도 틀림없이 그 부산물일 것이다. 소나 돼지의 구제역도 양태만 다를 뿐 마찬가지다.

생명이 그 모태인 땅으로부터 격리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넌센스다. 닭은 모래 목욕을 즐긴다. 흙 속에 섞인 모래는 닭의 소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닭이 그 속에서 목욕을 하면서 몸에 붙은 기생충을 털어낸다.

통풍이 안 되는 공간에서 체온이 38도인 닭들이 밀집해서 온도는 높고 음습하다 보니 기생충이 창궐하는 것은 필연이다.

생계를 걸고 하는 일에 효과만 좋다면 어떤 일이든 주저할 수 있을까. 농장주가 악덕해서가 아니다. 돈과 진실(참됨)이 동행할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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