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광수 지부장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여수 MBC 지부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김장겸(MBC 사장), 고영주(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24일부터 29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MBC 사상 최대규모의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MBC 총파업의 주요 시선이 서울로 향해 있는 가운데, 지역MBC는 이번 파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박광수 여수MBC 노조 지부장을 28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광수 기자는 2012년 130일 여수MBC 파업 당시에도 지부장을 역임했다.

▶ 2012년 파업에 이어 2017년 총파업에도 중심에 서 있네요?
2012년 파업 이후 노조에 대한 엄청난 탄압이 있었고 지역 역시 노조활동이 상당히 위축되었다. 여수 담당 정치부문 기자인 나도 제대로 취재도 기사도 쓸 수 없는 사업부서로 부당 전보를 당했다. 기자에게 ‘행사하고 협찬 따내는 업무’를 주로 하는 부서로 발령을 낸 것이다.

1년 4개월을 사업부서에 있는 동안, 단체장과 대기업에 불편한 기사를 포함한 지역언론이 담당해야 할 기사는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다시 지부장을 맡고 싶지는 않았지만, 후배들의 요청이 있었고 무너지는 노동조합을 최소한의 틀로서라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하산 철폐는 지역MBC 공영방송의 디딤돌
 

▲ 인터뷰 하는 박광수 여수MBC 노조 지부장

▶ 이번 총파업의 핵심 요구는‘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 퇴진’인데, 지역MBC의 주요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17개 지역MBC 핵심 요구사항은 낙하산 사장 철폐이다. 서울MBC 사장은 방문진(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선임 절차가 있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청와대 낙점 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MBC 사장은 최소한의 사장 선임 절차도 없으며 서울 사장에게 인사 권한이 있다. 결국 지역MBC 사장은 서울 사장의 자기 사람 챙기기 차원으로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파업 이후 노조가 힘을 잃게 되자, 지역 사장에 대한 견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역 자율권도 말살되기 시작했다. 무자격 낙하산 사장 체제는 정치권과 대기업에 쓴소리는 기피하고 돈벌이에 치중하는 등 언론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 대다수 조합원들이 2012년 파업을 경험했는데 2017년 파업에 임하는 조합원의 심경은?
김재철 사장 시절 두 번의 파업을 했다. 2012년 39일 파업, 2012년 170일 파업(여수MBC는 130일)이다. 그 당시보다 정치적 환경이 좋아져서 희망적 파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12년 파업의 힘들었던 기억을 안고 있어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여천산단 GS칼텍스 파업 이후 노조가 없어지고 말았다. 우리 역시 2012년 파업 이후 탄압은 그만큼 험난했고 녹록지 않았다. 정권이 세 번째 바뀌었지만 파업을 결의하는 마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영방송 MBC를 지키는 마지막 투쟁이 되어야

▶ 정권이 바뀌고 객관적 조건이 마련되어서 하는 파업은 아니라고 본다. MBC 사상 최대규모의 파업을 하게 된 이유는?
파업의 당위성은 계속 축적이 되어왔다. 파업의 불을 당긴 것은 PD수첩 취재 제재(한상균에 대한 두가지 시선)와 PD수첩 PD들의 제작 거부로 촉발되었다. 조합원(PD수첩 PD)이 민주노총 위원장을 취재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취재가 묵살당한 것이었다.

그 후 ‘MBC 블랙리스트’ 문건 공개는 전 구성원들의 공분을 샀다. 드라마, 예능, 아나운서, 기자 등 전 직종에서 제작거부를 선언하였고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이번 파업은 정권이 바뀌어서 과실을 얻는 투쟁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열망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공영방송 MBC를 지키는 마지막 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다.

▶ 노조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장겸 사장은 스스로 퇴진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는데?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 구성원에 의해 버림받은 수장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건지 너무나 확연하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등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그들에 의해 낙점된 김장겸 체제는 스스로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7월 MBC 전 구성원이 김장겸, 고영주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비노조원, 보직자까지 진행된 투표 결과는 전 구성원의 95%가 공영방송을 위해 김장겸, 고영주가 물러나야 된다는 것이었다.

▲ 지난 7월 MBC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 영화‘공범자’를 보면 세월호, 촛불정국 당시 MBC 기자들이 시민들에 의해‘기레기’라 불리우며 자괴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는데, 지역에서는 어땠는지? 
지역방송사는 서울에 비해 정치적 사안에 제약과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방송의 질이 후퇴함으로써 겪는 언론인으로서 극도의 자기비하, 모멸감은 덜한 편이고, 시민들도 미디어비평에 대한 예민도가 떨어지기도 하다. 오히려 목포MBC 기자들은 세월호 취재 등에서 소신있는 활동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자율권이 보장되는 지역공영방송이 자리잡아야

▶ 지역MBC가 공영방송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로 서울과 지역의 관계에서 지역의 주체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그 핵심에 낙하산 철폐가 있다. 지역 자체의 사장 선임 구조를 가지고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 방송환경을 잘 아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지역 차원에서 사장을 선임하고 그런 MBC가 지역을 대변해야 한다.

두 번째로 수도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의 목소리와 시각을 보여주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그게 지역 공영방송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후배 기자, 아나운서들이 퇴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기자로서 소신껏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을 참지 못하고 퇴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나가게 한 것이다. 

또한 신규 인원을 채용하지 않아 아나운서가 기자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지역 자율권과 지역 공영방송이 사라진 낙하산 사장 하에서 벌어진 일이다.

▶ 파업에 임하며 지역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파업은 조합원이 1,000여 명 이상이고 여론에 많이 알려지고 있는 서울 MBC를 중심으로 하는 총파업 투쟁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의 공영성을 획득하는 의미있는 투쟁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여수MBC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시민사회단체를 적극적으로 만나고, 시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

29일에는 민주노총 여수시지부가 영화 <공범자> 공동체 상영을 해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영방송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투쟁해 나갈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좋은 언론인 선배로 남고 싶어
 

▶ 입사한지 22년차인데 앞으로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
1995년 11월에 입사했다. 언론인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이다. 앞으로 퇴직할 때까지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쓰며 지역민들과 만나고 싶다. 대단하고 특별하고 멋진 취재보다는 그냥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지역에서 좋은 언론인 선배를 만나기 힘든 거 같다. 앞으로 10년, 좋은 언론인 선배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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