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여행기 2 -부탄 행복의 비밀을 느끼다.

푹 자고 일어난 둘째 날 아침, 식사 후 바로 붓다 포인트로 이동했다. 시내에서 고개를 돌리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붓다포인트가 있다. 높이 51미터 정도의 장대한 부처님이다. 쓸쓸하고 힘겨울 때에 고개 돌려 붓다포인트를 보면 위로가 될 만한 위치에 부처님이 있었다. 언제라도 부처님의 자비를 구할 수 있고, 때로는 인간의 위대함을 다시 기억할만한 연출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곳은 이미 완성된 곳이 아니었다. 
 

▲ 도시 어디에서도 보이는 51미터 높이의 붓다포인트


붓다포인트 바로 앞에는 또 다른 공사가 진행된다. 공사하는 장면도 관광의 일부다. 한 노동자가 지붕에 앉아 톱질을 하며 쉬었다. 톱질 3분하면 3분 이상을 쉬는 것이다. 유독 그 장면에 시선이 고정됐다. 천천히 노닥거리며 놀 듯 일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사소하게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이어질 붓다포인트를 생각하며 어떤 기도를 하며 짓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이런 저런 일로 분주한 나의 일상과 비견되기 충분했다. 그곳은 여전히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회복을 줄, 영감의 원천이 될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붓다포인트 안에는 또 10만개가 넘는 작은 불상이 있었다. 온 사방을 가득 메우는 오만 가지 불상을 바라보며 ‘나도 저 부처 중의 한 사람이구나. 내가 바로 부처구나’라는 사실을 즉시 알아 차렸다.

다음 일정은 공예학교다. 공예학교는 판매도 함께했다. 역시 수공예는 비싸다. 부탄 전통 의상인 고(gho)와 키라를 구경하자며 옷가게에 들렀다. 

일행 중 몇 사람이 옷을 사기 위해 분주했다. 나는 ‘우리나라에 가면 입지도 않을 옷을 왜 저렇게 열심히 입어볼까’ 싶었다. 멍하니 구경하다 퍼뜩 상상력이 발동됐다. 협동조합 강의할 때 저 옷을 입고 가면 애들이 재미있어 할까? 사회적경제 강의가 중학생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고 걱정하던 터라 복장이라도 재미있게 갖추고 수업할 생각에 사고 싶었다. 한쪽에 멍하니 있던 내가 갑자기 이 옷 저 옷 입어 보고 어울리는지 묻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던 모양이다. 
 

▲ 부탄 전통 의상인 '고(gho)'을 입으며 패션쇼~

우리는 서로 옷을 입어보며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쇼를 펼쳤다. 난생 처음 해보는 짓이었다. 별로 어울리지도 않은 복장에 예쁘다며 추켜올리며 흥분돼 마음껏 옷을 입어 보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신중하게 위아래 한 벌로 옷을 골라 입었다. 이왕 산 옷이니 키라를 입고 다니자고 했다. 부탄전통 의상을 입은 우리의 모습은 부탄인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도츨라 패스를 지나 해발 3000m 도츨라에 도착했다. 안개가 짙어 히말라야 산맥은 보이지 않고 왕의 어머니가 왕을 위해 지었다는 108개의 스투파를 걸었다. 일행들이 차를 마시는 동안 산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명상을 하는 토굴이 보였다.

토굴에 들어가고 싶으나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기다릴까봐 서둘러 내려왔다.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보게 되었다. 버스에는 모든 사람이 탑승한 상태였다. 이내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 달려 푸나카로 갔다. 가는 길옆에는 한없이 강이 이어졌다. ‘푸나카츄’라 한다.

이 강은 오른 쪽에서 흐르는 기운 찬 ‘포츄’(남자강)와 왼편에서 조용하고 기품있게 흐르는 ‘모츄’(여자강)가 합쳐져 흐른다. 두 강이 합쳐지는 곳에  푸나카종이 있다.

푸나카는 1955년 수도를 팀푸로 옮기기까지 부탄의 수도였다. 17세기 부탄을 최초로 통일한 나왕 남갈이 만들었으며 20여개의 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 오른쪽에서 흐르는 ‘포츄’(남자강)와 왼쪽에서 조용하고 기품있게 흐르는 ‘모츄’(여자강)의 두 강이 합쳐지는 곳에 푸나카종이 있다.

지붕 아래 장식 난간의 조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현재는 수도는 아니지만, 왕의 결혼식은 이곳에서 한다.

푸나카종 안에는 1,000년은 넘어 보이는 보리수나무가 있었다. 보리수 그늘 아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몇 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명상하던 곳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 동안 수행과 기도로 채워진 공간이라 그런지 그냥 앉아 있어도 명상 상태가 됐다. 그냥 그대로 평화다. 더 머물고 싶지만 가이드의 신호에 따라 푸나카종에서 나왔다. 강을 바라보며 서 있으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우리 일행 중 몇 사람은 그 시간이 주는 평화로움을 더 오래 누리고 싶어 내일 새벽 다시 명상을 하면 좋겠다고 가이드에게 요청했다. 푼쵸는 일정 상 쉽지 않지만, 연구해 보겠다고 했다.

푸나카종에서 나왔는데 입구에 부탄 전통의상인 고(gho)를 입은 청년들이 큰 칼을 옷 사이에 넣었다가 다시 빼서 뭔가 이야기 하고 다시 넣었다. 칼을 몸에 품고 있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공포스런 상황인데 사람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탄은 그런 곳이었다. 엄청 큰 칼을 쓰다듬는 청년을 보고도 별 두려움이 안 생기는 곳.

푼쵸는 시간이 애매한지 일정에 없는 제안을 했다. 모츄강에서 래프팅을 할 생각이 있는지? 갑작스런 제안에 사람들이 시끌벅적해졌다. 

“좋아! 가자!” 래프팅은 난생 처음이라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했다. 래프팅을 안내하던 부탄 친구는 수영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모두가 수영을 못한다고 했다. 그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더니 이내 “오케이, 노 프라블럼~! 렛츠 고우~~”를 외쳤다.
 

▲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가운데 신나는 래프팅~

처음에는 물결을 따라 천천히 흐르다가 갑작스럽게 작은 파도를 만나 물을 덮어썼다. 신이 난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강과 함께 평화롭게 흐르다가 온 몸에 물을 뒤집어쓰며 신이 나서 노래도 불렀다.

▲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가운데 신나는 래프팅~

강을 따라 1시간쯤 재미나게 래프팅을 하고 옷이 온통 젖어버렸다. 젖은 옷으로 차가 망칠까 걱정되는데, 부탄의 가이드와 운전기사는 아무 걱정이 없다. 연신 “노 프라블럼~!”을 외친다. 오히려 우리가 알아서 서둘러 옷을 꺼내 바꿔 입는다.

온 힘을 다해 신나게 소리를 질러 배가 고픈 일행은 허겁지겁 저녁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이렇게 세상 모르고 살아도 되나 싶다. 호텔 옆 건물 베란다에 모여 있는 젊은이들도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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