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time  from   Porgy and Bess
                             - George Gershwin
 Summertime and the living is easy
 Fish are jumping and the cotton is high
 Oh your daddy is rich
 and your mama is good-looking
 So hush little baby,  don't you cry

여름이야 ! 모든 게 나른하지
뛰어오르는 물고기와 길게 자란 목화들
아빠는 부자이고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아라.


 

오페라 ‘포기와 베스’중 한 부분 SUMMER TIME이다.

나른하고 안락한 멜로디 뒤에는 목화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들의 학대와 멸시받는 어려운 생활이 녹아있다.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엄마는 ‘아빠는 부자 엄마는 미인’이라며 거짓말 가사로 노래한다. 재즈는 그래서 다시 슬퍼진다.

오전 10시부터 폭염주의보가 울리는 뜨거운 여름날 아침에 한 색소폰 연주자를 만났다. 우리는 첫 대면부터 나이를 터보았다. 그 특급정보(용띠)가 밝혀진 다음에는 술술 풀린다. 상사가 고향인 용띠 색소폰 연주자 조운천 – 이 정도면 알 만한 사람은 대부분 안다는 순천 토박이이다. 연주자 또는 음악을 하며 살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고 하지만 지나온 이야기는 이 길이 필연임을 알게 해준다. 중학교 때 기타로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여러 악기를 시도해보았는데 그중에 색소폰이 본인에게 가장 편했다고 한다.
 


색소폰의 매력

감정표현이 솔직한 악기이다. 트로트, 발라드, 재즈와 클래식까지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쉽게 배우기 시작할 수도 있는 대중적인 악기이지만 때로는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나는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 관객과 함께 호흡할 때가 더 좋다.
 

▲ SC(SunCheon)공연단 - 그가 단장으로 이끄는 약 5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고 2012년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5시~7시까지 순천역 광장에서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순천에 들어오는 외지인들에게 신나는 순천을 알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

나는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관객이 수백 명일 수도 있고 한 명일 수도 있다. 예전에 요양병원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데 휠체어를 탄 환자 한 분이 관객이었다. 그 많은 음향장비를 다 설치하고 허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곳이 나의 무대이고 나에게 주어진 한 시간은 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마스크를 쓴 관객은 끝까지 나와 함께 했었다. 연주 도중 마주치는 눈빛! 배꼽 아래에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뜨거움! 결국, 나는 이것 때문에 연주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같이 활동하는 여성 보컬 김은정 씨.
▲ 같이 활동하는 여성 보컬 강현아 씨. 지난 언협 이일호프 때도 같이 참여해주었던 가수들이다.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두 동반자에게 좋은날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조합원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행사가 있으면 곡 초대해주세요.

 

 

순천에서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은

순천은 다른 중소도시에 비해 공연기회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기회의 풍요 이면에 어려움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쉽게 재능기부라는 말을 한다. 어떤 이들은 노동하거나 물건을 팔고 또 어떤 이들은 글을 쓰거나 병든 사람을 고쳐준다. 그것이 일이고 생업이듯 연주자들은 음악이 생업이다. 자신들의 흥이 돋으면 너무 쉽게 ‘한 곡 들려주라 한 곡 해봐라’라고 말한다. 연주를 직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 공연과 연주 단체들이 많아진 것은 시민들에게는 문화제공의 장점이 되지만 오히려 프로연주자들의 연주를 위축하게 하기도 한다. 간단한 심사기준으로 예술인들에게 등급을 매기고 소정의 정액 개런티를 제공한다. 이것은 프로연주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제도일 수도 있다. 순천에 예술인들의 처지를 대변해줄 단체가 생겼으면 하고 바라본다.

▲ 조례동에서 학원을 운영. 공연이 없을 때는 교습과 동호회 활동을 하며 동호회원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음악이란

이 길이 아니었으면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아마 결국은 돌고 돌아서 다시 음악을 했을 것이다. 내 인생은 항상 뜨겁다. 언제나 SUMMER TIME . 뜨거운 여름 하얀 목화밭! 농장주에게는 쑥쑥 커가는 목화솜이 돈이지만 흑인들에게는 혹독한 노동이고 눈물이다. 그래서 여름을 노래하지만, 그 속에 겨울도 있고 봄도 있다. 음악인으로 살아가는 나도 행복을 노래하지만 슬픔이 있다. 30년 넘게 땀 흘려 연주하고 닦아온 기량을 내 목화밭이라 하고 싶다. 목화솜을 내가 거두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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