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행정학 박사,  순천소방서 소방공무원

선선한 가을이 곧 온다는 입추(立秋)가 지났지만 아직도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고 있다. 35℃를 넘는 무더위는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데 복장을 착용하면 내부 온도는 순식간에 40℃를 넘어버린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같은 더위에는 출근하는 것이 겁이 난다. 이 무더위에 방화복 또는 벌집보호복을 입고 현장에 나갈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시민들의 즐겁고 안전한 피서를 위해 소방관서에서는 한시적으로 수상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다. 수상구조대를 운영하는 곳은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 피서지나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이다. 24시간 상주하거나 낮에만 근무하기도 하며,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은 주기적인 순찰을 병행한다.

물놀이가 많은 바닷가나 강변에는 경계선(팬스)을 설치하여 안전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어떠한 생각을 가진 시민인지 기어코 그 선을 넘어가려하고, 못가게 하면서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술을 마시고는 수영을 하지 못하게 해도 실랑이가 벌어지며, 야간에 못하게 해도 실랑이가 벌어진다.

폭우가 쏟아져 계곡이 범람할 위기에 처해 대피하라고 방송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피서를 즐기다가 계곡물에 고립되었는데 어떠한 행동을 해야 옳을까? 당연히 소방공무원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고립된 시민들을 구한다. 급류가 있는 계곡에서의 인명구조는 쉽게 되지 않는다. 3~4시간의 장시간이 소요되며,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방공무원(구조대원)들이 위험한 구조작업을 해야 한다. 즉, 안전조치에 따르지 않는 일부 시민들 탓에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 답은 처벌하지 못한다.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위험한 행동을 해서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면 그것은 누구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적극적으로 예방하지 못한 근무자들의 책임일까? 위험한 행동을 한 시민의 책임일까? 누구에게라도 소중한 것이 생명인데 그것을 방지하자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안전한 곳에서 즐기라는 것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인가?

모든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구조・구급 모두를 하나의 실수도 없이 잘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개인차가 존재한다. 그 개인차를 바탕으로 업무와 역할이 구분된다. 소방공무원은 슈퍼맨이 아니라고 전호에서 기고했었다. 그럼에도 우리를 실패가 없는 만능으로 착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모든 피서지에 소방공무원을 포함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안전시설을 갖출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무더위에 즐겁고 안전한 피서가 되도록 물가에 경계선을 설치하거나 대피방송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남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 다치는 것은 경과를 봐야 하겠지만 죽음은 단 한번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한번의 객기로 소중한 생명이 끊긴다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자신의 생명을 남에게 맡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말고 즐겁고 안전한 피서가 되도록 안전수칙을 지키며, 안전요원들의 지시를 잘 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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