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요즘 우리 부모님이 너무 싫어요. 우리 부모님은 대학도 못 나오셨고 자그마한 현수막 가게를 하시는데 우리 두 남매에게 기대가 너무 높으셔 저는 그 기대가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부모님이 자주 싸우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집은 왜 이럴까 싶은 생각만 듭니다.

다른 친구들 집에 가 보면 친구 아버지들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시고 집도 좋은데 우리 집은 좁고 부모님은 늘 돈 버시느라 이야기할 시간도 없으시고 그냥 공부만 잘 해주기만 바라십니다. 최근에 아버지는 가게가 잘 안되니까 저희에게 화를 자주 내시고 거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자주 신경질을 내시고 우리에게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거의 윽박지르십니다. 정말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무능력하신 건가요?



이러면 어떨까요

가정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모님께서 자주 싸우시고 공부만 열심히 하길 강요하는 상황에서 상당히 힘들고 마음이 무거울 것 같네요. 집에서 쉬고 싶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 집처럼 부모님과 대화도 나누고 싶은데 부모님께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화가 더 줄어들고 싸움이 더 잦아지는 가정의 모습으로 무척 힘들어 하군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무능력하게 보이고 부모님으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로 측은한 마음도 들고요.

부모님의 처지에서 보면 여러 가지로 힘들 것 같네요. 부모님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그것으로 인해 고생한다고 생각하니까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하면 지금 부모가 겪는 고생은 안 할 것 같으니까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수록 공부에 대해 더 강조하게 되는 것 같네요.

부모님은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시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어떤 마음일까요? 만약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용돈이 부족했고, 게다가 준비된 돈이 없다면 어떨까요? 굉장히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 거예요. 하지만 그런 일이 일 년에 10번, 20번 생긴다면 어떨까요? 이제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부모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생겨서 부모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아니면 역으로 부모님께 짜증을 낼 수도 있겠죠. 부모님의 마음이 그럴 거예요. 일 년 365일 매일 좋은 것으로 채워주고 싶고 길러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부모님의 심정이지요. 공부라도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부모님의 바람일 거예요.

어쩌면 부모님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친구들의 가정과 비교하면 더 속상한 마음이 생길 거예요. 왠지 다른 집은 행복하게 잘 살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데 우리 집만 이렇게 경제적으로 여유도 없고 부모님마저 싸움을 자주 하시고 우리에게 잔소리만 하시니 우리 집은 왠지 소망이 없는 것처럼 생각도 들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없는 것을 크게 보고 자기가 가진 것은 작게 볼 수 있어요. 우리 집이 지닌 장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아무리 어둡고 힘든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면 밝은 면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젠 좀 나아지겠지’, ‘나아질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해보세요. 같은 상황을 두고도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부모님의 잦은 싸움은 일단 부모님의 문제로 선을 그어 놓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문제이고 부모님께서 싸우시는 이유도 상황이 어려워지게 되면 누구나 예민해져 다툼도 하게 되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애쓰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님의 모습에 감정적으로 ‘짜증 난다’, ‘속상하다’는 반응보다는 ‘부모님께서 아주 힘드신가보다’ 또는 ‘이 상황을 잘 넘겨보자’는 이성적 사고도 필요해요. 마음이 무척 혼란스럽고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만 싶은 심정이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감정적으로만 반응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부모님의 입장과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생각해보시기 바라요.

그럼 지금 자기 뜻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세요. 부모님과 대화가 부족하다면 문자나 쪽지 편지라도 써서 부모님께 드려보세요. 그리고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사서 일하시는 부모님께 갖다 드린다면 어떨까요? 점점 대화의 문이 열리겠죠. 하루 동안 지친 아빠의 어깨를 주물러 드리는 것도 기쁨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웃을 수 있으려면 부모님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자녀 된 입장에서도 충분히 노력하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