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불볕 더위에 어느집 담벼락에

무리져 피어난 능소화 꽃송이들

등짝을 익힐 것 같은 햇살에

너희들 지지 않고

붉은 꽃으로 점점이 피어있구나

하사와 용두 사이

옥이네 다리 밑으로 가서

김해화 시인, 봉용, 일순

옹기종기 모여

섬진강 어부 광석이가 투망으로 잡아온

은어를 회로도 쳐 먹고

굽기도 하여

소주잔 홀짝이다 돌아오는 길

이 더위에 끌고다니기도 힘든 육신 앞에

보라고 보라고 우리를 보라고

붉게 붉게 피어있구나

가까이 다가가면 눈이 멀어버린다는

사랑은 그런 것이라는

아, 나도 이미 눈 멀었는데

더 눈이 멀어

내 손 이끌어줄 청이도 없는데

어지러운 세상길 어떻게 걸어가라고

그리 붉게 피어났는가

저물녘이면 차 몰고

피아골 연곡사에나 갔다가

더위 먹어 지친 육신

차가운 계곡물에 담그고

연곡사 일주문

새로 칠했다는 단청이나 보면서

사랑이며 세상이며

어떻게 미치지 않고 망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버티는지

생각해보고 와야겠네

 

▲ 송태웅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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