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불볕 더위에 어느집 담벼락에
무리져 피어난 능소화 꽃송이들
등짝을 익힐 것 같은 햇살에
너희들 지지 않고
붉은 꽃으로 점점이 피어있구나
하사와 용두 사이
옥이네 다리 밑으로 가서
김해화 시인, 봉용, 일순
옹기종기 모여
섬진강 어부 광석이가 투망으로 잡아온
은어를 회로도 쳐 먹고
굽기도 하여
소주잔 홀짝이다 돌아오는 길
이 더위에 끌고다니기도 힘든 육신 앞에
보라고 보라고 우리를 보라고
붉게 붉게 피어있구나
가까이 다가가면 눈이 멀어버린다는
사랑은 그런 것이라는
아, 나도 이미 눈 멀었는데
더 눈이 멀어
내 손 이끌어줄 청이도 없는데
어지러운 세상길 어떻게 걸어가라고
그리 붉게 피어났는가
저물녘이면 차 몰고
피아골 연곡사에나 갔다가
더위 먹어 지친 육신
차가운 계곡물에 담그고
연곡사 일주문
새로 칠했다는 단청이나 보면서
사랑이며 세상이며
어떻게 미치지 않고 망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버티는지
생각해보고 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