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문제들

KS규격에 미달하는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로 인해 순천이 들썩이고 있다. 문제의 업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하여 시멘트가 덜 들어간 콘크리트를 약 2500여 곳에 납품했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시공사가 납품사에 대금을 현금이 아닌 물건으로 주어서 비롯되었다”, “그래도 설계 강도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치가 나오니 문제는 없다”, “아파트 건설사와 입주민들이 아파트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여 쉬쉬한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자주 듣는 말이 “그 레미콘을 사용해도 설계 강도보다는 양생 후 강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KS규격이 극한의 환경을 고려하여 정해진 것이라는 걸 무시한 태도다. 규격대로 레미콘을 만들었다면 더욱 더 튼튼하고 안전하고 수명도 긴 건축물이 될 것 아닌가. 양생 후에는 설계 강도보다 높게 나오니 문제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구속된 레미콘 업자는 정말 억울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사태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거나  자신의 재산과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레미콘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관급자재도 많이 납품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즉 순천시는 함량 미달의 자재를 납품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량 레미콘인 줄 알면서 눈감아 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편히 잠자기 어려울 것이다. 불량 레미콘을 써서 공사한 시공사나 건물주, 아파트 입주자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피해 금액을 알 수 있겠지만, 순천시 차원의 구상권 청구도 필요해 보인다.

“비록 규격에는 미달하지만 양생 후 설계 강도는 규정대로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아서 입맛이 쓰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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