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를 열며 | 정보공개, 투명한 행정의 척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닐스 보어(Niels Bohr)는 “독재의 최고무기가 비밀이라면, 민주주의 최고의 무기는 개방성이다”라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방정책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즉, 투명한 정보 공개는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7년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집행할 때는 “집행목적,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하여 사용 용도를 정확히 하여야”한다. 시장의‘업무추진비’는 말 그대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사용하는‘공금’이다. 시민은 세금으로 운용하는 그 돈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사용되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본 위원회가 행정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것( 본지 7월 20일자 ‘늦장 처리에다 엉뚱한 정보공개, 황당한 시정’ 기사 참조)은 부정부패와 비리를 사전에 막아서 민주주의를 순천에 꽃 피우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고 감히 자평한다. (본지 기획위원회)

순천시장 업무추진비, 이재민‧불우소외계층에는 “0”원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충훈 순천 시장은 업무추진비로 매년 1억 원 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본 위원회가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 시장은 업무추진비로 3년간 910건에 3억 350만 원을 사용하였다. 이는 1년 평균 303건, 약 1억 115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1건당 33만 원가량을 쓴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2015년 개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업무추진비를 8개 범위에 사용할 수 있다.

이는 ➀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및 지원 ➁ 시책 또는 지역 홍보 ➂ 학술·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 ➃ 업무추진을 위한 각종 회의·간담회·행사 ➄ 현업(현장)부서 근무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➅ 소속 상근직원에 대한 격려 및 지원 ➆ 업무추진 유관기관 협조 ➇ 직무수행과 관련된 통상적인 경비 등으로 금품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순천시장 업무추진비를 8개 항목으로 나누어보면, 가장 많이 사용한 항목은 순천시 상근직원 격려로서 총 160건, 4490만 7천 원을 사용하었으며, 총 건수 대비 53%, 총 지출 금액 대비 45%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항목은 업무추진을 위한 간담회였고, 시책홍보, 직무수행경비, 업무추진 유관기관 협조 순이었다.

이에 반해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지출은 3년 동안 단 1건도 없었다. 학술·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은 3년 간 총 2건, 25만 원이 지출되었다.
 

 

공무원과의 식사에 가장 많이 사용

지난 6월 처음 순천시장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요청하였으나 포괄적인 통계 자료만을 공개하여, 다시 2014년에서 16년까지 3개년, 매 5월의 세부 지출 내역의 공개를 요청하였다.

이를 통해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된 건은 2014년 5월 2일 저녁 7시 36분에 순천 모 횟집에서 ‘순천만정원 개장 및 현안업무추진 간부공무원 등 직원 노고 격려’ 목적으로, 시장, 부시장, 안전행정국장 외 31명이 76만 4천 원을 사용하였다.

그다음이 2015년 5월 4일 저녁 8시 47분에 순천 모 갈빗집에서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 1주년 기념행사 및 현안업무추진 노고 격려’를 목적으로, 시장, 도시재생과장 등 19명이 51만 4천 원을 사용하였다.
 

 

2016년에 가장 많이 지출된 건은 5월 12일 8시 33분에 ‘철새의 날 행사 추진에 따른 관계자 간담회 및 격려’ 목적으로 모 한식집에서 시장, 순천만관리센터장 등 관계자가 49만 1천 원을 사용하였다.

5월 6일 12시 56분에 ‘가정의 달 행사 자원근무 자원봉사단체와의 간담회’ 목적으로 모 한식집에서 시장, 민원복지국장, 자원봉사센터 관계자 등이 49만 원을 사용하였고, 5월 17일 저녁 8시 44분에 ‘가정의 달 행사 자원근무 자원봉사단체와의 간담회’ 목적으로 모 참치집에서 시장, 민원복지국장, 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 등이 49만 원을 사용하였다. 2016년 자료에는 인원수가 기재되지 않아서 확인할 수 없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공개 내역이 미흡하여, 행정정보공개가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본 기획위원회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8월 6일 각 지자체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있는 통합검색란에 ‘업무추진비’를 검색어로 입력하여 ‘편리성’을 살펴보았다. 전라남도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 홈페이지에서는 업무추진비라는 검색어로 공개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남 홈페이지에서는 통합검색으로 확인이 안 됐고, ‘정보공개 → 업무추진비 공개’라는 두어 번의 클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공개방식이 기초자치단체는 서로 유사성이 있고, 광역단체도 서로 유사성이 있었다.

 

대부분의 기초지자체, 시간‧인원‧사용처 공개 안 해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1) 날짜별 공개가 아닌 월별 혹은 분기별 공개 2) 공개방식도 이재민·불우소외계층 격려 및 지원, 시책 홍보, 소속직원 격려 등 항목별 합계로 공개 3) 항목별로 공개하다 보니 집행일자 · 집행내용 · 인원 및 거래처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광역자치단체는 집행일자별로 집행내용 · 집행금액 · 사용장소 · 인원 등이 상세하게 공개되어 있었다. 전라남도는 전라북도에 비해 사용시간과 참석인원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었다.
 

 
 


순천시, 이전 내역 열람 불가능
각 부서장, 동장, 산하 기관장 공개 안 해

광양시 · 여수시 등은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지만, 순천시는 월별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순천시는 바로 직전 달의 내역만 확인할 수 있는데 반해, 타 지자체들이 정보를 누적해서 보여주며, 이전의 정보도 공개하고 있어서 언제나 열람이 가능하다. 또한, 각 부서와 산하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도 공개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이에 반해 순천시는 시장과 부시장의 업무추진비만 공개하고, 시청 내 각 부서장과 동장, 산하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양시, 8월부터 집행 대상자 실명까지 기재토록
부정청탁 소지도 자체 정화할 방침

한편, 고양시에서는 금년 8월부터 금액의 제한이 없이 업무추진비 집행 시 그 대상자의 실명을 증빙서류에 기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예산의 공무 외 사용을 근절하고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한 부정청탁의 소지도 자체 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업무추진비 사전품의제’를 엄격히 준수하여 집행사유와 근거를 미리 결재받아서, 내부통제를 통한 투명성을 증가하여 시민들에게 신뢰받는 행정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본지 기획위원회>


칼/럼
시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문제는 없는가


조충훈 순천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우여곡절 끝에 공개되었다. 지난 6월 초에 본지 기획위원회가 업무추진비의 사용일시, 목적, 사용처 등 상세 목록의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후에 순천시가 공개한 내용은 8개 유형별로 사용 건수와 사용금액의 합만 제시되어 있어 청구인이 원하는 자료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는 순천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매월 한 달분씩 공개해 온 내용 1년분을 모은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본 기획위원회는 다시 구체적인 내용의 공개를 요청하여 직전 3년간 매 5월의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를 받아보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제3조)고 하고 있고, 이 법의 위임을 받아 순천시가 2015년에 제정한 조례에는 ‘집행기관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시민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이 조례를 운영하여야 한다(제4조)’고 규정하고 있다.

굳이 이러한 법 규정을 들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의 행정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정보를 공개한 일련의 과정에서 담당공무원들은 자료 공개에 매우 미온적이고 마지못해 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에 우리는 순천시가 과연 시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문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시장은 매년 1억 원 남짓한 예산을 업무추진비로 지출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지자체장이 업무추진비로 지출할 수 있는 8개 분야 중에서 시의 상근직원을 격려하는 데 전체의 절반 정도를 지출하고 있고, 업무 추진을 위한 간담회 비용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두 항목에 지출된 비용은 대부분 시장이 공무원들과 식사 또는 회식을 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인사권을 가진 기관장이 소속 공무원들과 행하는 식사 자리는 대단히 비대칭적일 것이다. 그런 기회는 해당 공무원들에게 자칫 시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따라서 그들의 관심이 시민들보다는 시장에게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염려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민간 조직에서 보스(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가 흔히 그러하듯이.

반면에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 및 지원 분야에는 3년간 지출된 기록이 전혀 없어 극단적인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물론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혜택이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복지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또 학술·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등에 대한 격려 및 지원은 지난 3년간 2건에 고작 25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시 전체 예산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미미한 액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장이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단체장의 시정에 대한 관심과 지향을 엿볼 수 있어 상징성이 크다. 공개된 자료는 시장이 소속 공무원들을 관리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불우한 이웃들을 챙기고,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을 격려하고 진흥하는 일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할 때 공무원들도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자랑스럽게 공개하려 하지 않겠는가.

김계수 기획위원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