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샤여, 나의 푸르샤여

히어리꽃 눈부신 봄 숲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그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길 머무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그대 있으니
아무런 걱정 없이 모두가 나의 길이지요.
 
하지만 그대 생각만 벗어나면
오랜 슬픔은 다시 나를 찾아오고
나는 그대를 잃고 숲속의 미아가 됩니다.
아무 곳도 갈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종일토록 울면서 보냅니다.
푸르샤여, 나의 푸르샤여
어디에 있나이까.
나를 온통 채우고 있던 그대여.
 
두려움과 죽음이 내려앉은 적막의 숲에서
한 줄기 강한 빛의 광휘를 기다립니다.
다시금 그대의 나를 떠올립니다.
푸르샤여, 그대를 기다립니다.
어둠 속 고요에 떠오른 나의 주검이
긴 호흡에 실려 흘러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고요의 바다에 소리 없이 파문이 일고
빛의 몸, 가득한 사랑입니다.

 

 



박두규
시인. 현재‘한국작가회의’이사.
‘지리산人’편집인.
‘국시모 지리산사람들’대표.
‘생명평화결사’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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