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There are two kinds of man in the world.
One is the man, man uses, the other is the man, God uses.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이 쓰는 사람이다.

이해가 가니? 이 차이가 뭘까? 두 종류인데 하느님이 쓰는 사람하고 사람이 쓰는 사람은 뭐가 달라? 이것을 제대로 알고 사는 사람이 드물어. 무슨 차이일까?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보자.

이 세상에는 힘이 있는데 그것도 두 종류야. 자연의 힘이랄까, 그런게 있고, 하나는 사람이 쓰는 힘이 있어. 인위야.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는 힘이야. 보자. 이 책이 여기 책상위에 있잖아. 왜 여기 있냐? 책이 무게가 있고 땅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그래서 여기 놓여 있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없어. 밑에서 당기는 힘이 있단 말이야. 알지? 만유인력의 힘, 중력, 그 힘이 바로 자연의 힘이야. 근데 내가 이것을 올렸어? 이건 자연의 힘으로 올라간거야? 인간의 힘이지? 어떤 뜻을 가지고 힘을 써. 그래서 올리는거야. 그 힘이 없어지면 떨어지지.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힘이 있다는거 알겠냐? 이 두 힘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협조하기도 하면서 인류역사가 진행돼가고 있는거야.

저번에 할아버지가 수염이야기 했지? 이 두 가지 힘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게 수염이야. 너희들은 안나와. 남자들은 독특한 호르몬이 있어서 나온단 말이야. 이게 자연의 힘이야. 살아있으면 나오게 돼있어. 머리카락이나 수염이나 손톱이나 이것은 자연의 힘이야. 근데 이것을 깎아. 머리를 깎고 수염을 깎고 손톱을 깎아. 그건 사람의 힘이지. 이 두 힘. 이게 서로 협조하면 참 좋은데 맞지 않을 때가 있어. 두 힘이 서로 싸우면 그땐 누가 이길까? 아무리 강력한 힘도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인도가 영국에 의해서 침략당했잖아. 그때 독립운동했던 어떤 사람은 영국이 인도를 침략한 것을 두고 두 힘이 충돌했는데 처음부터 영국은 지게 돼있다는거야. 자기 땅에서 먹고 살아간다는 건 자연의 힘이야. 그것을 사람이 억지로 무시하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나지만 승패는 처음부터 결정되어있다는 거지. 억지로 하는 힘은 지게 되어있다는거야.

케네스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어. 그 사람이 베트남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 쓴 작은 팜플렛이 있어. 거기서 그 전쟁을 뭐라 썼냐면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 했어. 미국이 이겨서도 안되는 전쟁, 지고 있는 전쟁, 이렇게 써. 이건 미국이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작아도 결국은 미국이 질 것이다. 왜? 이쪽은 억지이고 사람의 힘이지만 저쪽은 자연의 힘이니까. 자연의 힘이 아무리 작아도 이걸 끝까지 꺾을 수는 없어. 내가 수염을 싹 깎아버리잖아. 그럼 없는 것처럼 보이지? 그렇지만 하룻밤만 자고 나봐라. 다시 나오지. 죽은 뒤에도 나와. 죽은 시체에도 머리카락 손톱은 자란단 말이야. 그래서 영화같은데 보면 귀신들이 손톱이 길게 나오잖아. 머리도 길고. 그 힘을 어떻게 이기냐? 손톱깎이로? 안돼지!

하느님이 쓴다는 것과 사람이 쓴다는 것을 그렇게 이해하면 어떨까 싶어. 하느님이 쓰는 사람과 사람이 쓰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가? 너희들이 한번 깊이 생각해봐. 그래서 다음시간에 만나면 너희들 나름대로 대답을 들려주면 좋겠다. 각자.

저 문장을 내가 군대 제대하던 해에 만났는데 그 생각을 지금도 죽 하고 있어. 내 한 평생을 사람 밑에서 종노릇하고 싶지 않다고. 사람이 사람을 쓴다는 것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똑같은 사람인데 내가 그 사람한테 들어가서 그 사람이 시키는대로 한다는거잖아. 하느님이 쓰는 사람은 잘 모른다 하더라도 난 적어도 사람 밑에 들어가 사람 치다꺼리를 하고 살지는 않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 어떠냐? 그 사람이 바로 나일수도 있어. 내 욕심 차리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거, 그거 내가 시키는대로 하는거야. 다들 그러고 살고 있지? 그런데 예를 들어 간디같은 사람은 그러지 않았어.

세상에는 사람 밑에서 -그 사람이 자기자신일수도 있어. 나도 사람이니까- 제 욕심대로, 하고 싶은대로 그것을 채우면서 사는 인간들도 많아.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단 말이야. 그렇지? 너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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