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 시켜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늘 하루 내 모습이 어땠었는지
창가에 비쳐지는 건 나를 보던 내 모습
울컥하며 터질 듯한 어떤 그리움

그리운 건 다 내 잘못이야 잊힐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이 다시 날걸 그땐 알 수 없었어

고개 숙여 걸어가는 나를 보던 가로수
“실례지만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나는요 갈 곳도 없고 심심해서 나왔죠”
“하지만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렇지 내가 말해줬지 잊힐 줄만 알았다고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엔 날리어 다시 갔으면

맑은 밤하늘엔 별이 편안히들 웃고 있어
저렇게 나도 한 번 웃어 봤으면
어둠속에 비치는 건
흐르는 나의 눈물
차가운 주먹에 훔쳐 뒤로 감추네

그리운 건 다 내 잘못이야 잊힐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이 다시 날걸 그땐 알 수 없었어

이 곡은 1인 3역을 해내야 하는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이 떠오를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게 세부분으로 보이는 장면이 떠오른다.
독백과 대화의 부분도 좋았지만, 가로수와의 대화는 압권이다.
한 사내의 하루를 마치고 퇴근길에 이어지는 동선을 섬세한 감성으로 노래했다.
술 취해가는 모습이 애잔하고 터벅터벅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짠하다.

이영훈의 클래식한 감각과 이문세의 뚝뚝 끊어지는 발성과 음색이 맛깔나다.
애써 해설을 달지 않더라도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는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
낮고 외로운 이에게 밥 한 그릇이 되고 가로수가 되어 말을 건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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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의 오늘 하루.

 

 

첼리스트 박영집은 일상에서
늘 음악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읊듯
노래를 추천하고
참삶에 필요한
음반을 권유하면서
생활 속에 늘 가슴의 언어인
음악이 함께 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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