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저는 정연수(가명)이고 중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 저는 성격도 활발한 편이었습니다. 말도 많고 친구들을 재미있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희 반 친구들은 물론 저랑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도 저를 따돌리고 있습니다. 소위 저는 '전따(전교 왕따)'로 불리는 학생입니다. 친구가 한 명도 없습니다. 이제 더 학교에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더 세상을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외로워서 집에 있을 때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강당 조회를 하거나 전산실, 음악실, 과학실 등 이동수업을 하게 될 땐 같이 가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항상 혼자 다닙니다.

더 참을 수가 없는 것은 저랑 아무도 점심을 같이 먹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년 1학년 때도 그런 외로움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2학년이 되면 나아지겠지 했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3학년이 되어도 마찬가지겠지요. 정말 죽고 싶어요. 제가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짜증이 나서 미치겠어요. 날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것을 보거나 만나도 인사를 안 하는 애들을 보면 다 주먹으로 갈기고 싶어요. 정말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이러면 어떨까요

연수양이 학교에서 친구 없이 혼자 다니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오랜 시간 동안 이동수업에 혼자 다니고, 점심을 혼자 먹는 등 정말 마음 아픈 일도 많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따돌리는 친구들 때문에 많이 속상했겠군요. 거기에다 죽음까지 생각했다니 저도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여러 친구와 같이 어울려 다니며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보내는 즐거운 시기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연수양이 따돌림을 받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많이 상심하고 학교에 더 가야 할 이유와 세상을 더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지요. 얼마나 심각한 고민인지 알겠네요.

하지만 연수양이 죽음을 생각하기 앞서서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왜 친구들이 연수양과 어울리려 하지 않는지, 왜 이동수업 때 같이 가지 않는지, 점심시간에 왜 점심을 같이 먹으려 하지 않는지 등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즉 친구들이 연수양을 따돌리는 실제적인 이유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연수양이 생각하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아마도 본인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이고, 친구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조그마한 실수나 오해도 따돌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연수양이 진정으로 따돌림의 해결 의지를 가지고 이러한 일들을 타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물론, 순전히 연수양의 잘못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누구의 잘못이더라도 조금이라도 지금의 관계를 좋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 이지요.

오늘 당장 혹시 친구들에게 실수한 것은 없는지, 아니면 다른 친구들보다 튀는 행동을 한 것은 없는지, 자신의 옷차림이나 위생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생각해 보고, 수첩이나 노트에 이러한 것들을 기록하여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이러한 점들이 발견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기록해보세요.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오르면 부모님이나 경험이 있는 언니, 오빠에게 물어보아서 가장 현명하고 재치있는 방법들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수양이 혹시 실수한 것이 떠오르면 ‘바로 그 친구를 찾아가 사과하기’라고 적으세요.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실수가 있으면 ‘친구에게 물어보기’라고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수한 것이 없다면 당당하게 그 친구들에게 먼저 접근해서 말도 붙여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순히 생각하거나 기록하는 데 그치지 말고 본인이 신중히 생각한 대처방법을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러한 생각들을 실천에 옮겨 행동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며 어려운 일 입니다. 그러나 연수양은 성격도 활발하고 다른 친구들을 재미있게 해 주려고 노력도 많이 한다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일들은 지금 당장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보통 청소년기에는 자기와 다르다고 생각되는 친구나 사소한 오해로 인해 지금 연수양이 겪고 있는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의기소침해 하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무척 힘들겠지만, 용기 잃지 말고 조금씩 노력해보기 바랄게요.

조연용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
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 (국번없이) 1388/www.scyouth1388.or.kr / (061)749-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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