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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했기에 힘든지 몰랐던 나날들순천YWCA 증경회장 모임 초롱회
박경숙 기자  |  pks@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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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승인 2017.08.03  20: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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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잘되는 비결은
정확한 역할분담과 서로에 대한 존중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한 순천YWCA에는 50년, 60년 동안 변함없이 봉사해온 분들이 많다. 자신의 재능, 물질, 시간을 온전히 들인 순수 자원봉사로 이들은 '봉사자'라기 보다는 '자원 지도력'이라 명한다. 실무지도력, 자원지도력이라는 두개의 톱니바퀴로 짧게는 20년, 길게는 60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사람들. 순천에서 역사가 가장 오랜 여성단체 순천YWCA 증경회장 모임 초롱회 회원들을 만났다. 역대 회장을 역임한 김순영, 최춘애, 오초녀, 최영자, 조화순, 김연자, 김사옥. 아주 평범한 주부로, 여성단체 회원으로 살아온 분들이다. 모두 순천YWCA  주요 임원을 거쳐 회장을 역임했지만 다시 평 이사로 봉사한다. 이들은 매월 첫 번째 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만난다.

“어디서 그런 리더십을 배우셨어요?”

나이 70세에도 열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오초녀 씨를 보며 질문을 드렸다.

“와이에서 배웠지~”

오초녀 씨는 순천동부교회에서 노인대학을 만들어 학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고, 최근 몇 년 동안은 교회 내에서 70대 어르신들의 찬양대를 만들었다.

그 연세에도 열정을 이어 삶을 가꾸려는 모습을 보며 필자도 저렇게 살고 싶어진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만들어 온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선한 웃음을 지으며 설득했지만, 자신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며 몇 차례 거절을 하며 미뤘다.

그러다 어느 날 본인은 할 이야기가 없고, 정말 신문에 소개할 만한 분들이 있다며 식사 자리로 초대를 하셨다. 식사 자리에는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표정이 너무나 싱그러운 분들이 앉아 있었다. 순천YWCA 회장을 역임했던 분들의 모임, 초롱회 모임 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작은 접시에 비스킷을 폼 나게 놓고 차를 나누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최고령자 김순영 씨(90세)는 항상 후식을 준비해 보기 좋게 놓고 분위기를 돋우는 일을 도맡는다.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초롱초롱 김순영 씨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표정은 10대의 설렘과 다름없다.

“이 사람들 중에는 배우가 몇 명 있어요.”

호주제 폐지운동을 할 때, 연극 무대에서 열연했던 시절의 기억이다. 10대 소녀부터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여자들이 모이는 곳은 웃음이 끊이지 않지만, 70세, 80세, 90세가 되어서도 소녀처럼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궁금해진다. 이 분들의 어떤 경험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삶의 주인으로 세상을 개척하도록 했을까?

   
▲ 순천YWCA 증경회장 모임 초롱회


‘함께’했기 때문에

“돌아보면 어찌 그 일을 해냈나 싶어~”

운동회, 연극, 합창, 나눔 장터, 바자회, 봉사활동 등 혼자서 하기에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해냈다.

그것은 이분들의 표현에 의하면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재능과 삶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해 보자고 마음을 모았기 때문에 그것은 가능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전혀 모르던 영역의 일도 주어지면 해냈다. 90세 김순영 회장의 말에 의하면 “무슨 일이건 못하겠다고 빼지 않았다.”고 한다. 모르는 것은 배우고, 물어가며 해냈다.

지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놀라워하신다. “세상에 우리가 그런 일을 다 했어.”

젊은 시절을 그렇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보였다.

   
 

만남이 모든 시작의 원천

그분들은 그 일을 해 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Y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가지고 그럴 수 있었지~”

만남이 모든 것의 시작이고, 새로움의 원천이었다.

“우리가 어려운 일을 순풍에 돛 단 듯 했어”

어떻게 한 조직에 속해 변치 않고 그 오랜 세월 동안 활동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더 파헤치고 싶다. 조직이 잘 되는 이유, 한 사람이, 한 공동체가 오래도록 사랑과 선의를 유지하며 일할 수 있는 그 에너지는 무엇이었을까?

김연자 회장(68세)은 “Y는 사회에서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실천한다. 내 것을 내 놓으면서 하는 것이 YWCA다.”라고 했다. 조화순 회장(69세)은 “Y정신이 정의, 평화, 생명살림이다. Y정신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힘이 들어도 인내하며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모습이 좋아서 계속 활동했다.” 고 하신다.

힘이 들어도 인내하며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활동을 이어왔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 하나의 조직이 70년이 넘도록 망하지 않고 유지한 것도 대단한 일인데, 매년 조금씩 성장해 온 사실을 생각하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조직 운영의 원리에 대해서도 답변은 분명했다.

   
 

정확한 역할분담과 존중!

회장 임기를 마치고도 각 위원회에서 한 가지 이상 역할을 맡아 운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서로 깎아 내리지 않는다.” 는 점이다. “잘했네, 잘못했네, 따지지 않고, 잘 되는 쪽에 집중한다. 그 일이 잘 되는데 필요하면 집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나가고, 몸을 바쳐서 별 짓을 다 한다. 그것이 와이다.”

그렇게 온몸을 던져 일하고 난 사람들의 노후에 무엇이 남았을까?
 

“우리에게는 기쁨이 남지요. 삶의 보람이 느껴지고.”

돌아보면 뿌듯하고, 기쁜 삶을 살아온 사람들. 이들이 Y활동을 하며 배운 것, 인생에 큰 자산이 되었던 것을 여쭈었다. 김순영 회장은 ‘겸손’이라고 말했다. 회장을 하고 그만두어도 다음 회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직전 회장에게 묻는다. 그 문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김사옥 회장은 “어설픈 회장이라도 선배들이 배려하며 지도력을 키워준다. 스스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고, 스스로 성장한다. 그렇게 배우니, 끝까지 같은 마음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순천YWCA의 역사는 이런 자원지도력과 실무지도력, 그리고 회원들을 섬기는 자세와 헌신으로 세워졌다고 말씀 하신다.

선배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후배들이 서로 “나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초롱회를 가야지~” 기대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삶으로 본을 보인 사람들, 그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늘 날 순천YWCA 문화가 되었다. 그 활동의 자산이 곳곳에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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