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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밴 습관대로 청소했을 뿐”[이 사람이 사는법] 공원을 청소하고 가꾸는 이정완 씨
박경숙 기자  |  pks@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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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승인 2017.08.03  20: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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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일구고 싶은 본능을 지닌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구지 못하는 현실이 고달프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니 내 것 처럼 가꾸면 된다. 그러나 생각뿐이다. 땅 위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뿐이다. 그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내가 할 일은 아니었다. 그 구역을 청소할 사람이 정해져 있고, 언젠가 하겠지 생각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지구를 자기 것처럼 가꾸고 돌보는 사람이 있다, 송정공원에서 아침마다 운동을 하며,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곳곳에 돋아나는 잡풀을 뽑는 이정완 씨(69세)를 만났다.

“이런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그는 고흥 풍양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교직에 있었다. 아버지는 자녀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함께 시작했다, 초등학교 다니기 전부터 일찍 깨워서 산책처럼 운동을 가자고 했다, 눈도 안 떠지는데, 비틀비틀 나가야했다. 다녀와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고, 이불을 개는 일을 습관적으로 같이했다. 그런 것이 몸에 익숙해졌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습관은 밖에 나와서도 없어지지 않았다. 습관은 그의 평생을 지배하는 생활이 되었다.

수학 교사로 순천에서는 순천고등학교 두 번, 순천여고 두 번 근무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청소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1992년 순천여고에서 순천고로 건너왔을 때 이야기다. 학생들 수업하러 가는 길은 복도가 상당히 길었다. 

그 복도를 지나려면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다. 가다가 한숨 쉬고 지나가야 했다. 1층에 화장실이 있는데 물도 잘 안 빠지고 바닥에 이물질이 쌓이고 썩은 걸 방치해서 생긴 일이었다. 1년 동안 1학년을 가르치면서 그 길을 오갔다. 오래 방치한 더러운 화장실은 누구도 치울 엄두를 못 냈다. 그 길을 지나쳐 걸어갈 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담임 하면 저 화장실을 청결하게 하면 좋겠다.’

다음해 1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1반부터 12반 까지 12개 반이 있어서 제비를 뽑아 담임을 정했다. 신중하게 제비를 뽑은 덕인지, 1학년 2반을 뽑았다. 냄새와 상관없는 교실이었고 2층이었다. 재수가 좋다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 옆에 있는 6반 교실이 마음에 걸렸다. 6반은 교실도 어둡고, 악취가 심한 곳이었다. 담임하면 청소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떠올랐다. 운이 좋아 제비를 잘 뽑았지만, 마음이 흔들렸다. 제일 안 좋은 교실을 뽑은 동료에게 말했다. “내가 1학년 6반 담임을 할테니, 자네가 2반 담임을 하소. 화장실이 하도 더러워서 화장실이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하겠네.” 동료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청소한 다음 개운한 마음이 좋아요

토요일 담임 배정을 받고 학생들 앞에 섰다.
“사실은 내가 1학년 2반 담임이 되었는데, 6반 교실 옆, 화장실을 청결하게 하려고 6반을 선택했다.” 장엄하게 말했으나 학생들은 뭔 소린지 하며 바라봤다.

“나랑 같이 화장실을 청소해서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하자. 자진해서 화장실을 맡을 친구가 있으면 손들어 주기 바란다.”

다소 진지하게 이야기 했지만, 한명도 손을 안 들었다.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억지로 시킬 수는 없고 자진해서 하는 사람이 생기면 훨씬 좋겠다고 다시 한 번 부탁했다. 학생들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학생들이 60명이나 되던 시절이었는데, 그 중 15명이 손을 들었다. 내키지 않았겠지만, 손을 들어주어 고마웠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먼저 행정실에 이야기해서 배수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청소할 마음이 급해 아무 준비도 없이 청소를 하자고 했다. 시청에 연락을 해서 화장실 정화조 차를 불렀다. 화장실에 쌓여있는 내용물을 뽑아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함께 청소해 보자고 했더니 화들짝 놀랐다. 고무장갑도 없는데, 청소하자고 하니 방법이 안 나왔다. 바깥에 나가서 병 깨진 것을 가져오고, 돌처럼 뾰족한 것도 가져와서 청소를 했다. 학생들이 그 더러운 것을 장갑도 없이 할 리 없었다. 먼저 썩은 물에 손을 담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도 하나 둘 포기하고 청소를 시작했다. 두세 시간 청소를 하니 화장실은 완전 달라졌다. 

노랗게 끼어있는 바닥을 유리 조각으로 벗겨내니 조금씩 깨끗해졌다. 학생들에게 한 구간씩 담당을 정해줬다. 청소구역을 정하니 어딘가 모르게 경쟁심이 생겼다. 이왕이면 빨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각자 열심히 벗겼다. 계속 문지르다 보니 집에서 쓰는 화장실처럼 하얗게 바뀌었다. 서너 시간 정도 청소하니까 깨끗한 모습이 됐다.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된 것이다. 일단 배수가 잘 되는 것이 급선무라, 물을 틀어서 순환을 시켜주었다.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개운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다. 화장실을 본 동료 교사들이 깜짝 놀랐다. 그렇게 대청소를 해 놓으니 조금만 신경 써도 손 갈 일이 없었다. 

아침에 오면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들러 청소하고 갔다. 청소할 구역이 정해진 학생들은 책임을 다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학생부장, 환경 부장들 앞에서 사례 발표를 하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냥 청소했을 뿐인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싶었다. 
 

   
 


그 후 청소관리는 그의 몫이 되었다. 순천여고에 갔을 때도 습관처럼 청소를 했다. 항상 화장실 청소를 지원했다. 여학생은 더 청소를 안 하려고 했다. 남학생 보다 훨씬 더 심했다. 1시간 동안 청소 시켜도 하나도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구역을 정해서 하도록 했다. 교직 생활하면서 환경을 깨끗하게 갖추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환경이 잘 정돈되어야 마음이 평화롭기 때문이다. 그 습관은 은퇴 후에도 이어진다. 퇴직하기 전부터 아침 운동을 시작한 송정 공원에서도 공원 정돈하는 것이 일상이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있어도, 관계없이 청소한다. 왜 그렇게 청소를 했을까?

 “청소하고 난 그 다음 기분이 좋아요. 청소하고 나면 마음까지 개운해져요.”

스스로 개운해 지는 마음, 그것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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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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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지 2018-11-25 11:21:25

    선생님의 다정했던 옛 모습이 떠오릅니다.
    남달리 미소가 아름다웠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어서 그랬나봅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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