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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맛이지요. 누가 이런 속을 알아 주까 싶어.”7월 28일~8월 6일 ‘월등 복숭아 세일’
박경숙 기자  |  pks@agor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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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 승인 2017.07.31  09: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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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월등 복숭아 농가가 우박 피해로 시름겨워 한다는 이야기가 순천언론협동조합 밴드에 올라왔다. 최근 구성한 현장취재팀이 일요일(2일) 오전 현장을 찾았다.

피해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동네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신월마을, 우평마을 등은 태안사 쪽에서 바람이 내려오면서 우박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특히 피해가 많았다. 5월 31일 우박 맞은 날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저녁 7시 40분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일을 끝내고 들어가는데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왔다. 돌풍이 불면서 복숭아가 엄청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박에 떨어지는 복숭아를 보며 애가 터지고, 발을 동동 구르는데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20여분 우박이 쏟아지더니, 저녁 8시에야 공포의 시간은 끝났다. 허겁지겁 밭으로 갔다. 얼음이 말도 못하게 쏟아져 있었다. 도로에도 우박 얼음이 쌓여 차가 지나갈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아직도 매일 떨어져서 버려야 하는 복숭아가 두가마니 이상이 나온다. 떨어진 복숭아를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겨 2차 피해가 생긴다.

“죽을 맛이지요. 누가 이런 속을 알아 주까 싶어.”

애가 타는 농민들의 한숨이 쏟아진다. 우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듣고 있었다. 한 농민은 “우리 애 터지는 이야기를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라도 말할 수 있어 속이 풀린다.”고,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한다. 한 일도 없이 그저 “어떤지?” 물었을 뿐인데 말이다.

아직도 떨어져서 버려야 하는 복숭아가 매일 두 가마니 이상이 나온다. 떨어진 복숭아를 바로 치워주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겨 2차 피해가 생긴다. 매일 수확과 상관없는 노동을 해야 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복숭아라도 어떻게 수확하여 판매해 보기 위한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우박 피해를 입었다고 하여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는 쉽지 않다.

나뭇가지가 찢어지고, 수피가 벗겨져, 그 손해는 올해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사람으로 치자면 피가 흐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찢긴 나뭇가지와 벗겨진 수피는 앞으로 몇 년간 피해가 계속될 것을 시사한다. 타들어가는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 전에는 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는데 보상받는 과정이 까다로워 최근에는 거의 가입하지 않는다. 복숭아 한쪽에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보상비가 삭감 당하는 것을 경험한 이후, 보험에 가입하는 농민들이 별로 없다.

해마다 열리는 복숭아 축제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던 한 농가는 그동안 맛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상품을 좋게 만들어서 손님이 찾아오도록 토질을 관리하고, 품종을 달리했다. 맛을 보고 해마다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전량 택배를 보냈는데 올해는 자포자기 상태다. 복숭아 상태가 좋지 않아 택배를 보낼 수가 없다. 그래도 보내달라는 주문이 있지만, 도착한 상품을 보고 고객이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아예 택배 주문은 받지 않고 있다. 아직 비료값, 박스 대금도 안 치른 상태인데, 내년에는 무슨 돈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동안 맛으로 승부를 걸어온 월등복숭아.  맛을 보고 해마다 찾는 손님에게 전량 택배를 보내던 복숭아 농사가 올해는 포기상태다.


5월 31일 우박 피해를 당하고, 순천시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피해 초기, 우박을 맞아 떨어진 복숭아를 수매해 주었다. 갈등도 있었다. 순천시는 우박으로 떨어져 판매가 가능한 것은 1Kg에 700원을 보전해 준다고 했다. 그러나 농민들 입장에서는 얼토당토않은 가격이었다. 농민들이 분개하며 버스 3대를 대절해 시청으로 항의 집회를 가려고 했다. 버스는 시동을 걸었고, 농민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온 순천시 관계자들이 1Kg에 1000원으로 보전해 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것이 농민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큰 농가 입장에서는 별 소용이 없었다. 우박 피해가 심해 복숭아와 매실을 박스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들어간 비용도 못 건질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비료 값이랑 박스 대금이라도 지원되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복숭아 농가의 바람이다.
 

   
아직 비료 값, 박스 대금도 안 치른 상태인데, 내년에는 무슨 돈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망막하기 그지없다.

한편 순천시는 영양제 공급으로 2억6천만 원, 전정사업으로 1억 5천만 원, 품종갱신사업으로 8천만 원을 투여할 계획이다. 순천월등복사골영농조합법인은 축제를 취소하고, 그 비용으로 박스를 제작해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123ha의 복숭아 재배단지에서 1500톤을 생산해 총 80억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1000톤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 되고 있다. 그 돈으로는 손해를 메꾸기에 턱없어 보인다.

우박 피해를 입었다고 하여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는 쉽지 않다. 주말이라 집집마다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와서 일손을 돕고 있지만, 농민들의 굳어진 얼굴은 펴질 기미가 없다. 순천시에서 ‘1인 1상자 복숭아 사기’ 캠페인도 하고, 복숭아영농조합은 이사회를 열어 복숭아 축제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7월 28일부터 8월 6일까지 ‘월등 복숭아 세일기간’으로 정하고 농가별로 원두막과 도로변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복숭아를 판매하고 있다. 남아있는 복숭아라도 제대로 팔릴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문의: 061-752-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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