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비-


시마(詩魔)


삶의 고비와
그대인 고비가 만나면
큰 고비로 우뚝 설까?
더 큰 고비는 얼마나 더 세서 키 작은 내 고통을 뚝! 쪼갤 수 있을까
끝없는 모래 언덕의 평화를 업고 날아갈 낙타처럼

난 왜 고비가 그리웠을까
사막의 모래밭에 심장을 비벼 비빔밥을 차린 후
쩝쩝 입맛을 다시는 낙타의 딸

밤마다 가마솥을 걸고 생솔가지를 태워 연기에 질식할 뻔하면서도
사막의 전생을 그리워하며 그 전생의 탯줄은 사랑이었을 거라
지레 짐작했지 사막은,
사랑의 사생아였을 따름이라고 애비를 찾아야 한다고 탐정처럼

밤은 노란 장미, 낮달은 커피 한 모금,
새벽별은 사막의 빛, 그 빛은 핏줄이 서로 다른 어둠,

언제나 고비가 찾아왔지
고비의 주치의는 뿌리를 던지며 날아가라 했지
날개는 물에 젖어 골목을 벗어날 수 없었어
천 개의 징검다리가 놓여있었던가
물수제비를 뜨면서 노을을 기다리면
반드시 밤은 오고야 말았지
고비의 고비를 찢어버려도 들키지 않을 그 때!

고비가 불렀나 봐
노래 한 마디, 단 한 마디면 족했지
그 노래는 한 번 부르기 시작하면 입술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

오아시스의 속셈을 몰랐다구?
몰라도 좋아
고비의 어깨에 기대어
사랑이라는 사생아, 사막을 살며 시(詩)라는 사전을 고쳐 써보는 거지

됐어! 모조리 부서져 내리고 있어
모래언덕이야말로 비로소 오늘이 고비!

 

▲ 이민숙

 


1998년 ‘사람의 깊이’에 가족 외 5편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나비 그리는 여자』『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등이 있음. 
여수 샘뿔인문학연구소에서 책읽기, 문학아카데미, 숲 갯벌 힐링프로그램 운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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