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8학년 아이들이 관옥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나눈 이야기를 채록하여 부분 정리한 것입니다.


 기계처럼 살지 말고 사람처럼 살아

너희들 밤에 잘 때 꿈꾸지? 꿈에 맛있는거 먹은 적 있지? 꿈꾸고 나니까 배부르디? 약오르지? 그게 꿈이기 때문에 그래. 꿈에는 아무리 좋은 걸 먹고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출세해도 말짱 아무것도 아니야. 그니까 사람이 살면서 꿈꾸는 것처럼 살면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어.

이걸 봐! 보이지? 할아버지가 손가락을 세우며 너희들한테 보라고 했어. 그렇지? 그래서 너희들이 다 봤어. 너희들은 할아버지가 “이걸 봐라” 하는 말을 들었어. 듣고 그 다음에 본거야. 들었다, 보았다,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아니? 생각해봐. 그 사이에 단계가 있어. 요 단계를 거쳐야 이리 갈 수 있어. 하나는 들은거고 하나는 행동한거야. 듣고 행동하는 그 사이에 뭐가 있어. 찾아봐.

(생각해요) 그렇지. 무슨 생각? (봐야겠다는 생각요) 동의가 되니? 들었어. 봤어. 듣고 행동하는 그 사이에 생각했어. 그런데 만일 내가 생각을 하는데 그때 나는 그걸 볼 마음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그럼 너는 안 볼 수 있어. 네가 ‘생각해요’라고 한 말은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한다는 생각을 하고 한거야.

누구나 다 할아버지 말대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 그러나 하는 쪽으로 선택하겠다 생각하고 한 사람 있냐? 안그랬지? 생각하는지도 몰랐지? 내가 물으니까 생각했다고 말한거지? 그때는 몰랐지? 생각했으면서도 제가 생각하는 것을 몰라. 생각조차도 이러니까 이런다고 하는 늘 하던 생각을 되풀이했어.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나는 안 할 수 있어, 그런데 난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자 이거야.

이것을 기계적인 반응이라고 하는거야. 기계는 생각 안 해. 프로그램대로 움직여. 기계는 입력된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몰라. 우리가 기계냐? 기계로 살고 싶어? 우린 사람이야. 기계가 아니야. 우리들이 하루종일 살아가는 움직임을 보면 거의 99%가 기계적인 반응을 하며 살고 있어.

할아버지가 지금 이걸 들어서 마셨어. 할아버지도 목이 마르니까 그냥 마셨어. 생각하면서 마지지 않았어. 사실 맨날 생각하면서 살면 못살아. 기계처럼 반응하는 것도 잘못은 아니야. 그런데 아주 중요한 일도 기계처럼 반응하거든. 그럼 곤란하지.

군대 가서 전쟁터 가면 싸움이 치열하잖아. 거기서 상관의 명령은 부하들이 무조건 따라야 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어. 6.25때 어떤 마을을 한꺼번에 다 죽여버리는 학살사건이 있었어. 왜냐면 거기에 적과 아군이 누가 누군지를 가려낼 수 없으니까. 비참하지. 이런 일들이 전쟁터에서는 벌어지는거야.

중대장이 학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시켰어. 그니까 한 병사가 난 안하겠다고 항거했어. 어린아이와 여자들을 다 죽여야 하니까 그럴 수 없다고 항거했어. 그럼 재판받아야 해. 상관명령불복종. 그래서 형무소 갔어. 근데 다른 사람들은 다 했어. 무슨 차이겠냐? 다른 병사들은 군대식으로 그냥 따랐어. 그건 기계야. 근데 거기에 저항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 사람은 다른 병사들하고 뭐가 다를까? 어디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

둘 중의 하나야. 상관이 시키는대로 여자들과 아이들을 쏴 죽일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누가 나에게 시키는대로 상관의 명령을 불복할 것인가, 내가 선택해야 돼. 이 쪽의 사람들은 그 질문을 하지 않았어. 질문 자체가 없었어. 시키니까 그냥 따랐어. 그게 기계야. 이런 기계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독재자, 전쟁이 가능한거야. 근데 이 친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야.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거야.

살다보면 막 사람들이 이리 가, 그래서 그리 따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잘 봐가지고 자기가 생각해서 그건 사람이 갈 길이 아니야 하고 안가는 사람도 있어. 너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기계처럼 살지 말고 사람처럼 살아. 우린 사람이야. 왜 기계처럼 사니? 먹어봤자 아무 생명도 없고. 왜 꿈꾸는 것처럼 살아? 꿈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뭐하냐? 사람처럼 살아. 그래서 마음공부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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